일본의 여당 자민당이 또 소속의원의 동성애 관련 발언으로 도마에 올랐다.
2일 아사히신문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자민당 소속 다니가와 도무(42) 중의원 의원은 지난달 29일 방송된 인터넷 방송 아메바TV에 출연해 동성애에 대해 “취미 같은 것”이라고 표현했다. 동성 결혼을 위한 법 정비가 필요 없다는 점을 강조하다가 나온 발언이었다.
그는 “전통적인 가족 방식은 남자와 여자가 결혼해 아이를 낳고 가족을 만드는 것으로, (이를 통해) 국가가 쇠퇴해 멸망하지 않도록 해왔다”고도 설명했다. 다니가와 의원의 말은 동성애를 취미가 아닌 존재의 문제로 인식하는 자민당의 방침과 모순된다. 자민당의 당내 배포 책자에는 성소수자와 관련해 “본인 의사와 취미, 기호의 문제라는 오해가 퍼지고 있다”고 적혀 있다.
다니가와 의원의 발언은 자민당 소속 여성 의원이 성소수자에 대해 “생산성이 없다”고 말한 뒤 파문이 확산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스기타 미오(杉田水脈·51) 중의원은 지난 18일 발매된 월간지 ‘신초(新潮) 45’에 실린 기고문에서 성소수자에 대해 “아이를 만들지 않는다. 즉 생산성이 없다”고 적었다.
그는 “거기에 세금을 투입하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일까 어떨까”라고 성소수자에 대한 행정지원이 부적절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글에 대해 성소수자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이며 사람을 ‘생산성’으로만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스기타 의원은 이런 지적에도 트위터에 ‘잘못된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니 가슴을 펴라’는 동료의원의 의견을 들었다면서 자민당 도량의 깊이를 느낀다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야권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비판 여론이 거세다.
시민단체들은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지만 정작 스기타 의원은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스기타 의원이 트위터에 적은 글에 화답이라도 하듯 자민당의 중견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은 “각각 정치적 입장, 다양한 인생관이 있다”며 옹호하기도 했다.
파문이 확산하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스기타 의원이 성소수자에 대한 행정지원이 부적절하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이날 “인권과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를 지향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미야기(宮城)현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이것이 정부와 여당의 방침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자민당도 “개인적 의견이라고는 하지만 문제에 대한 이해 부족과 관계자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표현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스기타 의원에게 향후 주의하도록 지도했다는 당 차원의 입장을 지난 1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자민당이 일반 의원의 문제 발언에 대해 이처럼 입장을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자민당 측은 당초 방관하는 듯한 자세를 보였지만 지난달 27일 당사 앞에서 항의집회가 열리는 등 책임을 추궁하는 목소리가 이어지자 뒤늦게 해명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자민당은 홈페이지에 올린 ‘LGBT에 관한 당 정책에 대해’라는 제목의 글에서 LGBT에 대한 차별 해소정책을 당의 특명위원회에서 검토해 의원입법안으로 제출하려는 활동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