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두 얼굴의 중국자본] 獨, 법 바꿔 무차별적 M&A 방어..美선 이미 맺은 계약 파기도 불사

■ 창간기획-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 <2>

美·EU, 中 추진 M&A 잇따라 제동

中기업 올 M&A 투자액 70%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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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연합(EU)이 자본의 힘으로 글로벌 선두기업들과의 기술력 격차를 단기간에 줄이려는 중국의 야욕을 견제하고 나서면서 중국의 메이저 기업 인수합병(M&A) 시도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중국이 반도체와 로봇, 에너지 등 첨단기술 기업과 기간산업 M&A에까지 손을 뻗치는 데 대해 위기감을 느낀 세계 각국이 차이나머니에 단호하게 레드카드를 내밀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중국 자본의 글로벌 기업 인수에 잇따라 ‘노(NO)’를 외치고 있는 곳은 미국과 유럽 지역 등 중국과의 무역갈등이 두드러진 국가들이다. 호주나 뉴질랜드 등 자원·농축산물 교역이 많은 국가들도 차이나머니의 자국 기업 인수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1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독일 기계장비·부품업체 ‘라이펠트메탈스피닝’ 인수를 추진했던 중국 기업 ‘옌타이타이하이’는 독일 정부의 M&A 승인 여부 발표를 몇 시간 앞두고 돌연 인수 포기 의사를 밝혔다. 독일 정부의 거부 의지가 분명해지자 인수 의사를 거둬들인 것이다. 직원 200명 규모인 라이펠트는 항공우주와 원자력 산업에 쓰이는 제품을 생산하는 안보 관련 업체다.

옌타이타이하이의 독일 기계장비업체 인수 포기는 독일 정부가 지난해 7월 외국무역법을 개정해 외국 자본의 무차별적 M&A를 막도록 규정을 강화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앞서 독일은 지난해 1월 자국 산업로봇업체 쿠카에 대한 중국 전자업체 메이디의 M&A를 승인했다. 독일의 첨단산업 기술 유출로 안보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논란이 제기됐지만 독일 정부는 중국 측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까지 총동원된 구애 공세에 나서자 승인 거부 명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결국 글로벌 최대 로봇업체 가운데 하나였던 쿠카의 중국행을 허용한 바 있다. 하지만 독일 산업계에서 중국의 입김이 거세지고 기술이 유출되는 데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독일 정부는 사실상 중국 자본을 겨냥한 외국무역법 개정을 통과시켰다.


외신들은 독일 정부가 이번 라이펠트메탈스피닝의 인수건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거부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며 독일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이 최근 몇 년 동안 독일 산업과 금융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중국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는 데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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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에서는 차이나머니 거부 움직임이 더욱 거세다. 미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올 들어 중국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모바일 결제업체 앤트파이낸셜의 미 송금회사 머니그램 인수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 미국 반도체 테스트장비 제조업체 엑세라가 중국 신옌자산투자 컨소시엄과 맺은 M&A 계약도 파기됐다. 컨설팅업체 로디엄그룹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북미 지역에 대한 중국 투자액은 전년 동기 대비 92% 급감한 20억달러에 그치며 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첨단산업인 반도체뿐 아니라 통신산업 분야에서의 중국 자본 침투에 대한 미국의 반발도 크다. 올해 초 미국은 무역제재의 일환으로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와 미국 기업 간 거래를 중단시켜 영업활동을 제한했고 중국의 최대 통신장비업체이자 중국 1위 스마트폰업체인 화웨이가 미국 통신사 AT&T를 통해 미국에 진출하려는 계획에도 제동을 걸었다.

호주의 경우 2014년만 해도 정부가 나서서 85조원 규모의 국영기업 민영화에 중국 자본을 끌어들였지만 기간산업이 중국 기업에 의해 허물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2016년 8월 호주 최대 전력업체 오스그리드에 대한 중국 기업의 인수 신청을 거부한 데 이어 초대형 목장업체 키드먼의 인수도 승인하지 않았다. 영국은 2015년 8월 테리사 메이 총리가 영국 측에서 중국에 투자를 먼저 요청한 힝클리포인트 원전사업을 보류시켰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기업의 해외 M&A가 올 1·4분기 257억달러로 사상 최대였던 2016년 같은 기간의 854억달러에 비해 70%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지역별로는 미국과 유럽에서 80~9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홍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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