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가 안보부처 수장들이 “러시아가 11월 중간선거에 개입할 경우 강력 제재에 나설 것”이라며 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보안보 수장들이 한꺼번에 백악관 연단에서 러시아를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 폴 나카소네 국가안보국(NSA) 국장은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공동브리핑을 하고 러시아의 선거개입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차례로 마이크를 잡고 부처별로 강력한 대응 의지를 강조했다. 볼턴 NSC 보좌관은 “러시아는 옛 소련 시절부터 미국 사회에 개입하려도 시도해왔고,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라고 경고했다. 코츠 DNI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개입 개입 문제에 최우선으로 대응할 것을 특별히 지시했다”면서 “미국을 약화하고 분열시키려는 러시아의 선거 메시지를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브리핑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미국-러시아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미국 대선개입 의혹’을 부인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두둔하는 발언을 내놨다가 거센 역풍에 휩싸인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레이 FBI 국장은 “러시아의 위협은 사라지지 않았다”면서 “러시아는 지난 2016년 대선에서도 개입하려고 시도했고, 지금 이 순간도 계속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 한층 강력한 러시아 제재에 나서려는 의회의 강경한 기류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러시아를 겨냥해 상원이 쓸 수 있는 카드로 향후 선거에서 러시아의 개입이 확인되면 에너지·금융 부문에도 제재를 가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