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김동원(49)씨 댓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오는 6일 허익범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는다. 특검이 김 도지사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특검 수사기한이 겨우 19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구속 등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백원우·송인배 등 청와대 인사는 수사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다.
박상융 특검보는 3일 브리핑에서 “김 도지사를 6일 오전9시30분 소환한다”고 밝혔다. 이는 특검팀이 김 도지사 측 김경수 변호사와 시간·일정을 조율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특검팀은 김 도지사를 둘러싼 혐의 등에는 함구하는 모습이다. 조사 당일 조사에 누가 나설지는 물론 방식, 동시 소환자 등까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양측이 김 도지사가 댓글조작을 지시했는지, 또 관여했는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사건의 발단 자체가 김 도지사와 김씨 사이의 댓글조작 커넥션 의혹에서 비롯된데다 특검이 수사 과정에서 지난 2016년 11월 댓글조작 시스템 ‘킹크랩’ 시연회에 김 도지사가 참석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검은 시연회 자리에 김 도지사가 참관해 운용을 승인했다는 드루킹 측의 진술은 물론 물증도 확보해 지난달 말 그를 피의자로 전환한 바 있다. 게다가 김 도시사가 지난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김씨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대가를 제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추궁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 김씨의 최측근인 윤모 변호사에게 청와대가 아리랑TV 비상임이사직을 제안했다는 의혹도 특검이 규명할 대상으로 꼽힌다. 이날 박 특검보가 “물어볼 게 많다”며 “(조사)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안다”고 밝힌 점도 양측 간 치열한 두뇌싸움을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수사 개시 41일 만에 특검이 김 도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지만 구속 등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특검은 6일 김 도지사 소환 조사 이후 남은 19일이라는 기한 내에 그에 대한 구속 수사에 돌입해야 한다. 하지만 법원이 영장을 기각할 경우 재청구까지는 시간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또 2일 김 도지사의 집무실·비서실·관사와 국회의원 시절 사용하던 컴퓨터 등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도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국회에서 전직 의원과 보좌관이 사용한 컴퓨터는 복원이 불가능하게 자료를 삭제한다고 알려지면서 유의미한 증거가 나올 확률이 낮다고 알려져서다. 게다가 드루킹 댓글조작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백원우 민정비서관, 송인배 정무비서관 등은 아직 제대로 수사조차 하지 못했다고 알려진 터라 법조계 안팎에서는 ‘소문 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특검은 단 한 차례 구속영장 청구에서 승부를 봐야 하는 만큼 앞으로 시간과의 싸움에 직면할 수 있다”며 “수사기한이 연장되지 않는 이상 김 도지사 외에 연루 의혹을 받는 이들에 대해 수사에 돌입하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