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라이벌-신들의 전쟁] ⑥ 짜장·짬뽕만큼 어렵다…'물냉vs비냉' 그리고 '평양vs함흥'

짬짜면처럼 물반비반 메뉴도 나와

평양과 함흥의 가장 큰 차이는 면

평양 메밀, 함흥은 전분으로 반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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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도 가까운 무더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5분만 걸어도 땀이 주르륵… 아침점심저녁으로 시원한 게 무척이나 생각나는 날입니다. ‘시원한 음식’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무엇이나요? 십중팔구는 냉면일 것입니다. 대접째 들고 차가운 육수를 벌컥벌컥 들이키면 가슴 속까지 얼어붙는 냉면이야말로 지금이 제철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냉면집으로 향하며 당연히 물냉을 먹으리라 다짐하지만 막상 주문하려면 왜 이리 비냉이 땡기는 걸까요. 요즘은 짬짜면처럼 반반 메뉴도 있다고는 하지만 모름지기 냉면은 한 그릇 뚝딱 ‘완냉’하는게 인지상정. 이럴 때 해결책이라 한다면 동행한 이에게 “난 물냉 시킬게, 넌 비냉 시켜 한 젓가락씩 나눠먹자”라고 하지만 왜 내가 시킨 것보다 남의 한 젓가락이 더 맛있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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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냉과 비냉의 관계만큼 고민에 들게 하는 것이 함흥과 평양이라는 지역의 선택일 것입니다. 냉면은 겨울이 긴 이북에서 메밀로 면을 뽑아 살살 언 동치미 국물을 부어 먹은 것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17세기 문헌에도 냉면이 등장할 만큼 우리 민족의 냉면 사랑은 실로 꽤 오래 이어져 내려 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학자 홍석모가 남긴 ‘동국세시기’에는 지금의 함흥과 평양냉면의 옛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겨울철에 메밀국수를 김치 국물 섞어 말고 돼지고기를 얹은 냉면’이라는 대목은 평양냉면, 온갖 채소와 배·고기·간장을 국수와 섞어 비빈 골동면은 지금의 함흥냉면의 모태임을 예측케 합니다. 이 책에는 ‘관서지방의 냉면이 가장 맛있다’고 기재돼 있는데, 관서지방은 현재의 평양 일대를 말하고 고종 황제도 야식으로 평양냉면을 즐겼다고 전해져 내려오는 만큼 이 당시의 대세는 평양냉면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전쟁으로 인해 실향민들이 대거 서울 이남으로 내려오면서 메밀 대신 쉽게 구할 수 있었던 녹말로 면을 만들어 가자미회 무침을 얹어 비벼먹게 됩니다. 불안정한 사회와 스트레스 때문인지 맵고 질긴 이 ‘함흥식’ 냉면이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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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미회무침을 듬뿍 올린 회냉면, 쇠고기가 넉넉히 들어있는 비빔냉면을 취향대로 골라 먹을 수 있는 함흥냉면과 꿩·동치미를 섞어 만든 맑은 육수, 면 위에 달걀과 편육, 오이와 무채를 소박하게 올린 평양냉면은 사실 ‘냉면’이라는 이름이 들어간다는 것 외에 큰 공통점은 없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차이는 바로 면! 평양냉면이 메밀 면을 쓰고 메밀 함량으로 고급과 저급을 가린다면 함흥냉면은 고구마 전분으로 만들어 질긴 식감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평양냉면은 육수 대신 면 삶은 물을 내주고, 함흥냉면집에서는 고기육수를 내주는 특징이 있습니다. 다만 전분을 사용하는 함흥냉면은 맛을 규격화하고 저장하는데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대중적인 기반을 닦았던 반면, 평양냉면은 특유의 삼삼한 고집스러운 맛을 이어오며 이북 출신의 실향민들이 찾는 소울푸드가 됐습니다. 지금은 각종 먹방을 통해 마니아들과 맛집이 많이 소개되며 ‘핫면’으로 뜨고 있습니다.

오늘도 무척이나 더운 하루입니다. “덥다 덥다 너무 더워” 날씨 원망은 잠시 접어두시고 함흥이던 평양이던 물냉이던 비냉이던 ‘완냉’ 하러 가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 순간만이라도 더위는 잊고 먹는 즐거움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황원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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