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문턱 높이자 보험사 대출 '쑥'

생명보험사 대출잔액 130조 돌파

급전 마련 수단으로 소비자 몰려

061512 국내 생명보험사 대출채권 현황



‘불황형 대출’로 불리는 보험약관대출 등 생명보험회사의 대출채권 규모가 130조원을 넘어섰다. 은행 등 제1금융권의 대출규제가 심해지면서 ‘풍선효과’에 따라 보험권 대출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 불황으로 실질소득이 줄고 가계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생활비 마련 등 급전이 필요한 소비자들이 보험사 대출로 몰리는 것이다.

5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25개 생명보험사의 대출잔액은 지난 5월 말 기준 130조1,12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5월 120조원에 육박했던 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10조원이 증가한 것이다.


이 중 보험약관대출은 올 5월까지 45조2,739억원으로 집계돼 전년동기 대비 2조8,311억원이나 늘었다. 보험약관대출은 자신이 낸 보험료를 담보로 받는 대출로 보험계약자가 보험의 보장은 유지하면서 해지환급금의 50~95%를 빌릴 수 있다. 특히 신용등급이 낮거나 다른 빚이 있어도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실질소득 정체를 겪고 있는 이들의 급전 마련 수단으로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 보험 업계의 관계자는 “약관대출은 신용등급 조회 같은 대출심사나 연체 시 신용도 하락 같은 것이 없고 확실한 담보(보험료)가 있어 진입 장벽이 높지 않은 편”이라며 “주로 일주일 또는 한 달 이내에 짧게 빌려 돈을 융통하려는 이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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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의 부동산 담보대출은 올해 1월 전달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5월 기준 부동산담보대출은 39조7,033억원에 이른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더 좋은 대출 조건을 찾는 사람들이 보험사 주택담보대출로도 눈길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보험사 신용대출도 지난해 12월 이후 2개월 연속 하락하다 올 3월부터 반등해 5월 기준 26조3,376억원을 기록했다.

한편 보험사 대출채권 연체율은 1·4분기 말 0.52%로 직전분기(0.51%) 대비 소폭 오르는 데 그쳐 안정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금리 상승 기조가 지속되면 채무상환 능력의 악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보험약관대출은 금리가 최고 연 9%대에 달하는 곳도 있어 향후 가입자의 과도한 이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대출 이자를 오래도록 내지 않아 대출 원리금이 해지환급금을 넘어설 경우 약관에 따라 보험계약이 해지된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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