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가 7일 쟁의행위에 대한 10만 조합원 찬반투표에 돌입한다. 과반수 찬성이 나오면 다음달 2년 만에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금융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서 돌아서게 된 것은 정년연장, 임금피크제 폐지, 주52시간 근무 조기 도입 등에서 견해차가 컸기 때문이다. 노측은 고용안정을 위해 정년을 2년 더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사측은 청년 일자리 창출과 배치되는데다 비대면 영업 확대로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다만 ‘귀족노조’라는 오명 속에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주도했던 현대차 노조가 8년 만에 여름휴가 전 단체교섭을 마무리한 상황에서 평균 연봉 1억원을 받는 은행원들이 소속된 금융노조가 파업을 하겠다고 나선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온다. 경기 악화로 인해 고용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사회 분위기를 외면하고 신규 일자리 창출에 역행하는 주장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기존의 임금피크제 진입 시점을 만55세에서 만58세로 늦추고 정년도 만60세에서 만62세로 연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 노조는 아울러 △핵심성과지표(KPI) 개편 △노동이사제 도입 △국책금융기관 자율 교섭 보장 등도 요구하고 있다.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총파업이 가결되는 쪽으로 내부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반면 사측은 정년을 연장하게 될 경우 청년 일자리를 적극 창출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어렵다며 부정적인 반응이다. 특히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비대면 영업이 점차 활성화되면서 인력 규모가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지급 시기를 늦추고 정년을 늘리면 신규 채용을 할 여력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는 새 일자리를 많이 만들라고 하고 노조는 인건비 부담을 더 늘리라는데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냐”고 하소연했다.
물밑에서 노조는 만62세를 만61세로 수정할 의향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지만 임금피크제 수정안과 맞물려 여전히 견해차가 큰 실정이다. 사측은 비용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을 우려해 반대 의사가 강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올해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실적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은행 직원의 연봉도 올라갈 것으로 관측되지만 이를 두고 사회적 여론이 싸늘하다. 4대 시중은행 직원은 올해 1·4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약 4% 오른 평균 2,675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이 같은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평균 연봉은 지난해 9,040만원에서 올해 9,400만원대로 1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호봉제를 택하고 있는 은행권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 고참급 행원들이 일자리를 더 지키고 있다고 하면 은행에 대한 여론이 더욱 안 좋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칫 정부 압박 속 신규 채용을 계획보다 늘린 뒤 희망퇴직으로 대규모 내보내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나마 주52시간 근무 시행의 경우 올해부터 조기 도입한다는 데 노사가 뜻을 같이했으나 예외직무 인정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은행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어려운 문제”라며 “대화를 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혁·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