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제21대 왕 희종(재위 1204∼1211)이 묻힌 강화 석릉(사적 제369호) 주변에서 다양한 양식의 고려 시대 고분이 확인되고 고려 도기와 청자, 중국 북송대 동전이 나왔다. 희종은 아버지 신종 시절부터 국사 전반을 좌우하던 최충헌을 제거하려다 실패하면서 폐위 후 강화도에 유배됐다.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는 5월부터 강화군 양도면 길정리 석릉 주변 고분 6기를 발굴 조사한 결과, 강화도 천도(1232∼1270) 전후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다양한 고려 시대 무덤 양식을 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 천도 이전 것으로 보이는 무덤 1기는 할석조(割石造·깬돌로 만듦) 석곽묘(石槨墓·돌덧널무덤)로 파악됐다. 이곳에서는 11∼12세기 양식으로 판단되는 도기병, 작은 유병(油甁), 청자 그릇이 출토됐다. 천도 이후 무덤은 목관묘(木棺墓·널무덤) 2기와 판석조(板石造·널돌로 만듦) 석곽묘 1기, 할석조 석곽묘 2기로 드러났다. 판석조 석곽묘는 도굴로 내부가 심하게 훼손됐으나, 무덤방 입구에서 지도원보(至道元寶), 회령원보(熙寧元寶) 같은 중국 북송대 동전 5점이 나왔다.
연구소 관계자는 “이번 강화 석릉 주변 고분군 발굴조사의 가장 큰 성과는 강화 천도 이전 시기부터 강화 천도 이후까지 다양한 고려 시대 묘제가 강화도에 존재하고 있었음을 확인한 것”이라며 “이번에 확보한 석릉 주변 고분군에 관한 기초자료를 토대로 앞으로 강도 시기 이전의 고려 고분문화를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