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첫 돌잔치가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7일 열렸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서울시청에서 ‘인터넷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를 열어 인터넷은행 1년의 성과를 평가하고 금융혁신 방향을 논의했다. 금융위는 인터넷은행이 출범 1년 만에 700만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총 대출액이 8조원에 육박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우리나라의 인터넷은행은 유럽연합(EU)·일본 등 선진국보다 출발이 20년 늦었고, 중국보다도 크게 뒤처진 상황이다. 중국의 경우 2014년 도입돼 우리와 출발은 비슷했지만,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해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앞서 있다고 금융위는 말했다.
중국은 알리바바·텐센트·샤오미·바이두 등 4개 대형 ICT 기업에 인터넷은행을 인가했다. 전자상거래·SNS·스마트기기·검색엔진 등 각 주력분야에 맞춰 키우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작년 말 중국을 방문했을 때 거리의 작은 가게까지 확산된 모바일결제, 핀테크 산업을 보고 아주 놀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실제로 EU나 일본, 중국 등은 핀테크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혁신기업이 이끄는 인터넷전문은행을 활성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나라는 ‘은산분리’에 가로막혀 인터넷은행의 자본확충이 어려운 상황이다. 빅데이터도 ‘개인정보 보호’와 부딪혀 활성화가 부진하다. 이에 문 대통령은 “지금의 제도가 신산업의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줘야 한다”고 부분적인 은산분리 완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금융위는 인터넷은행 규제를 완화하면 계좌개설, 자금이체, 대출 등에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고 간편결제 등 혁신적 서비스가 발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신용정보가 부족한 사람이나 청년층 등에 대한 중금리 대출을 늘리고 자동입출금기(ATM)·해외송금 등의 수수료도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전·후방 고용유발 효과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를 합쳐 5,000명으로 추산했다. 핀테크 등 연관 산업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를 활성화하는 면도 있다.
최 위원장은 “인터넷은행이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융합) 혁신의 개척자이자 금융혁신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금융·IT 업계와 일반 소비자의 사례를 소개했다. 케이뱅크와 협업하는 핀테크 기업 뱅크웨어글로벌㈜은 최근 2년 간 매출액이 연평균 70% 늘고 직원이 2배로 증가했다. 필리핀 현지 3위 은행의 수신·결제시스템 구축 사업도 수주했다.
두 자릿수 금리로 제2금융권 대출을 쓰던 오진석(38)씨는 인터넷은행에서 7%대 중금리 대출로 바꿔탔고, 엄성은(55)씨는 해외 유학 자녀에게 일반 은행에 견줘 10∼20% 수준의 수수료만 내고 돈을 보냈다. 이날 행사에선 인터넷은행과 관련 핀테크 기업들이 전시 부스를 마련했다. 문 대통령은 케이뱅크의 ‘10분 내 계좌 개설’, 카카오뱅크의 ‘주말·휴일 전·월세보증금 대출’ 등의 서비스를 둘러봤다.
문 대통령은 이어 핀테크 기업 페이콕㈜의 QR코드 간편결제를 체험했다. 스마트폰 QR코드 촬영으로 카드와 단말기 없이 결제,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줄이는 ‘앱투앱 방식’이다. 문 대통령을 비롯해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 당·정·청의 주요 인사들이 행사에 자리했다.
이는 하반기 국회에서 금융규제 개혁 관련 입법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인터넷전문은행법, 금융혁신지원특별법, 신용정보법 등의 제·개정이 진행되고 있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