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편의점 판매약 확대 또 무산]원격의료 '귀닫고' 藥 접근성 '눈감고'…의약계, 밥그릇지키기

복지부 "제산·지사제 합의…검토"

약사회 "추가 확정 아니다" 반발

6차 회의도 성과 못낸 채 종료

원격의료는 의사 반대로 꽉 막혀

끝없는 이기주의에 비난 거세져

0915A06 편의점 상비약 품목 조정안 논의 경과



병원에 가지 않더라도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진찰을 받을 수 있는 원격의료서비스가 의사들의 반발에 막힌 가운데 이번에는 약사들의 반발로 편의점 상비약 품목 확대마저 무산돼 의료계의 직역 이기주의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편의점 판매 약 확대를 결정짓기 위해 이날 열린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 6차 회의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종료돼 품목 조정 등이 또 늦춰졌다. 복지부는 이날 회의를 통해 편의점에서 제산제와 지사제를 추가로 판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는 위원들이 합의했지만 개별 품목 선정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아 차후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반면 강봉윤 대한약사회 정책위원장은 “제산제·지사제 효능군 추가 확정 및 합의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결국 지난해 1월부터 총 다섯 차례 열렸던 회의의 결론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 셈이다. 위원회는 앞서 회의를 통해 편의점에서 기존 판매하던 소화제 2개 품목을 제외하는 대신 제산제 ‘겔포스’와 지사제 ‘스멕타’를 포함하는 방안까지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약사회가 기자회견까지 열어 “겔포스는 6개월 미만 영·유아에는 사용할 수 없는 의약품이기에 안전상비약 기준에 맞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하자 개별 품목을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는 지난해 12월 편의점 판매 약 확대에 반대하는 약사회 측 임원의 자해소동으로 논의가 전면 중단된 후 8개월 만에 열리는 자리여서 관심이 집중됐다. 또 정부가 지난해부터 “다음 회의에는 반드시 결론을 내겠다”는 약속을 거듭할 정도로 논의가 길어져 어떻게든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기대도 컸다. 하지만 3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 끝에 결론은 또 미뤄졌다. 복지부는 가급적 빨리 7차 회의를 열어 논의를 진전시키겠다고 밝혔지만 약사단체가 반대를 계속하는 한 문제 해결은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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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전문가들의 직역 이기주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편의점 약 판매의 경우 약사들은 약 부작용의 위험성과 국민 건강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편의점 약 판매를 반대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이달 초 시민 1,74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6.8%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상비약 품목을 확대하기를 요구했다. 특히 소비자 10명 중 9.4명은 편의점 판매 약을 먹고 부작용을 경험한 적이 없다고 응답했고 10명 중 7명이 편의점에서 약을 사는 이유가 ‘공휴일, 심야 시간 등에는 약국 이용이 불가능해서’라고 답했다. 몸이 아픈데 약국 이용이 쉽지 않을 경우 편의점 상비약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 현실을 설명해주는 조사다. 하지만 약사들은 반대로 편의점 판매 약 중 가장 이용빈도가 높은 타이레놀(해열진통제)과 판콜(종합감기약)까지 부작용 문제가 많으므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해 소비자들의 인식과 너무나 동떨어진 논리를 펴고 있다.

편의점 상비약 품목 확대뿐 아니라 원격의료 역시 전문가 집단인 의사들의 반대로 관련 법 개정이 꽉 막힌 상태다. 최근 복지부 장관은 원격의료 확대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가 의사단체들의 반발에 다시 ‘없던 일’이라며 물러서는 등 신산업의 한 축인 원격의료도 여전히 기득권의 벽에 막혀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단체의 한 관계자는 “의사와 약사 모두 국민을 위해 정부와 싸운다는 명분을 내세우는데 실상은 국민을 괴롭히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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