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창간기획-아프리카를 다시 본다<상>] "2.5조弗 단일 시장 열린다"...韓中日서 싱가포르까지 경협 러시

■아프리카로 달려가는 亞 자이언트

12억명 인구·풍부한 자원 보유

인프라 개발·소비 잠재력도 커

탄자니아 등 6~7% 성장률 지속

시진핑, 세네갈·르완다 방문

日·싱가포르 경제사절단 보내

한국도 李 총리 '세일즈 외교'

탄자니아 최대 도시인 다르에스살람의 중심가(왼쪽)와 도로·주택·편의시설 등 도시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한 주변지역 전경(오른쪽). 탄자니아를 비롯해 아프리카 주요국들은 교통·주택 등 하드웨어뿐 아니라 모바일·보건·교육 등 소프트웨어까지 개선하기 위해 국가별로 중장기 경제개발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다르에스살람=정영현기자탄자니아 최대 도시인 다르에스살람의 중심가(왼쪽)와 도로·주택·편의시설 등 도시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한 주변지역 전경(오른쪽). 탄자니아를 비롯해 아프리카 주요국들은 교통·주택 등 하드웨어뿐 아니라 모바일·보건·교육 등 소프트웨어까지 개선하기 위해 국가별로 중장기 경제개발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다르에스살람=정영현기자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오후 대한민국 대통령 전용기가 동아프리카의 관문으로 불리는 케냐 나이로비 조모케냐타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케냐 정부의 의전 속에 비행기에서 내린 사람은 이낙연 국무총리. 문재인 정부의 대아프리카 정상급 외교가 첫 테이프를 끊는 순간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총리 외교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대통령 전용기를 처음으로 내줬다. 이에 이 총리는 국내 대기업은 물론 정보기술(IT) 스타트업 관계자들까지 대동하고 세일즈 외교에 나섰다. 하지만 이 총리보다 한 달여 앞서 아시아에서 케냐로 날아온 손님이 있었다.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싱가포르 부총리였다. 그는 케냐의 항구도시 몸바사에서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을 만나 항만관리·항공·블록체인·주택 부문에서의 개발 협력을 논의했다. 내각의 재무, 교통·인프라, 외교·무역 장관들과도 회동했다.

이 총리가 케냐에 이어 탄자니아를 방문한 21일에는 아시아의 거물이 아프리카에 찾아왔다. 아프리카 모든 언론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세네갈 방문 소식을 전했다.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은 공항으로 직접 나가 시 주석을 의전했다. 르완다는 시 주석의 두 번째 방문국이었지만 세네갈보다 더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은 시 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한꺼번에 맞아야 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를 안방으로 여기는 중국과 인도의 신경전이 르완다에서 벌어졌다. 모디 총리가 떠난 다음날에는 또 일본에서 28개 기업 사절단이 찾아왔다. 카가메 대통령은 이들에게 “일본의 기술을 환영한다”고 인사했다.


빈곤과 분쟁·테러·부패 같은 한숨 섞인 수식어부터 떠오르는 대륙이지만 그럼에도 아시아에서 돈 가방과 계약을 위한 서류뭉치를 들고 찾아오는 손님이 줄을 잇는 곳이 바로 아프리카다. 땅속에 잠들어 있는 자원, 넘치는 인프라 개발 기회, 풍부한 인력과 점점 늘어나는 중산층의 소비력이라는 이점은 높은 정치·사회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눈을 떼기 힘들게 한다. 특히 성장동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아시아 산업국가들이 아프리카를 ‘기회의 땅’으로 여기고 달려가고 있다.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경제성장률은 지난 2016년 2.2%였지만 지난해 3.6%를 기록했고 올해와 내년에는 4%대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탄자니아나 에티오피아·르완다 등은 이보다 높은 6~7% 수준의 성장률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아프리카연합(AU) 55개국 중 49개국이 참여를 결정한 아프리카 자유무역협정(FTA)이 내년에 출범한다는 점은 더 큰 매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달 2일 모리타니 누악쇼트에서 열린 AU 정상회담 폐막식에서 49개국이 ‘아프리카 자유무역지대(AfCFTA)’ 참가에 합의했다. 예정대로 AfCFTA가 출범하면 인구 12억, 국내총생산(GDP) 2조5,000억달러 규모의 대형 시장이 탄생하게 된다. 아프리카 국가 간 교역과 투자를 늘려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고 미국이나 중국·유럽 등 선진국에 대응할 힘을 키우는 한편 대륙의 화합도 고취하겠다는 게 목표다. 현재 AU 의장으로 AfCFTA의 출범을 이끌어낸 인물이 바로 지난달 중국·인도·일본이 줄을 지어 찾아간 르완다의 카가메 대통령이다. 구글 출신의 조지프 무체루 케냐 정보통신장관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현재 자유무역지대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제는 아프리카 각국에 개별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아프리카를 하나의 큰 시장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프리카가 하나의 시장을 향해 나가고 있지만 각국의 사정은 제각각이다. 대륙 전반의 거버넌스지수와 민주화지수 등은 점점 개선되고 있지만 부패 등 장기 독재의 잔재가 남아 있고 종족 갈등 등의 불안도 여전하다. 만성적인 외화 부족과 높은 자원 의존도 탓에 국제 원자재 가격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 것도 문제다. 경제 규모와 발전 수준의 차이가 큰 점도 단일 시장으로 나가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또 아프리카의 경우 개발협력에 있어 국가 간의 관계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부 주도로 경제개발계획이 진행되고 있고 굵직한 프로젝트의 결정권도 정부에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세계 어느 지역보다도 경제 영역에 있어 정상 외교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 케냐 찬다리아그룹의 다르샨 찬다리아 최고경영자(CEO)는 “한국 정부가 양국 관계 개선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준다면 기업들 간의 협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달리 말하면 민간 기업이 단독으로 움직이기에는 활동의 폭이 좁다는 뜻이 된다. 전우형 KOTRA 무역정보팀장은 “민간 기업의 경우 숫자에 현혹되지 말고 정치·사회 변화를 잘 알아야 한다”며 “역내 경제통합체 등의 움직임을 활용하고 고비용에 대응하는 장기적 관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이로비·다르에스살람=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정영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