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등에 필요한 대용량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선 용량이 큰 배터리 소재가 필요하다. 주목받는 물질은 용량이 큰 실리콘인데, 고온에서 합성해야 해 비싸고 대량생산도 어려웠다. 이 문제를 촉매로 해결한 기술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9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따르면 곽상규 UNIST 교수팀과 박수진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교수팀은 저온에서 실리콘을 합성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원자 단위의 시뮬레이션으로 합성 원리를 규명했다.
현재 실리콘을 합성하는 데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은 금속을 이용한 실리카(Silica)의 환원이다. 그런데 이 과정은 수백 도 이상의 높은 온도가 필요해 비싸고 실리콘의 대량 합성도 어려웠다.
연구진은 이 문제를 금속할로젠화물 촉매를 이용해 해결했다. 실리콘과 금속의 화학 반응에 금속할로젠화물 촉매를 도입해 실리콘 합성 온도를 낮춘 것이다. 특히 곽상규 교수팀은 이 현상을 원자 단위 시뮬레이션 과정으로 분석해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금속할로젠화물 촉매가 도입되면서 금속과 실리카가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활성화 에너지가 낮아져 실리콘이 쉽게 합성된다는 내용이다. 저온 합성법으로 만들어진 실리콘 음극 소재로 배터리를 만들고, 충·방전 실험을 진행했는데, 그 결과 수백 회 이상의 충·방전을 반복해도 안정적인 전기화학적 특성을 보였다.
곽상규 교수는 “낮은 온도에서 실리콘을 형성하는 방향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 연구”라고 평가했다.
공동 제1저자인 UNIST 에너지공학과의 송규진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원자 단위의 메커니즘에서 규명했듯 실제 실리콘의 합성이 낮은 온도에서 이뤄진다는 게 확인됐다”며 “이는 실리콘 음극 소재의 대량 생산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래선도형 특성화사업(UNIST)과 LG화학의 지원, UNIST 슈퍼컴퓨팅 센터의 계산 자원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