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인터뷰] 박재준 스튜디오나비 대표 "원하는 삶부터 파악해야 소확행 누리죠"

"어릴적 꿈인 디자이너 됐지만

20시간씩 일하며 번아웃 겪어

무작정 현실도피가 정답 아냐

소소한 일상 나누며 행복 느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출간"




“나만의 소소한 행복을 누리겠다고 무작정 회사를 관둘 수는 없어요.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명확히 정의를 내려야 행복에 쉽게 이를 수 있습니다.”

최근 만년필 삽화에 일상의 에피소드를 곁들인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키라북스 펴냄)’을 출간한 디자인 회사 스튜디오나비의 박재준(42·사진) 대표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위해서는 확고한 신념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창업하기 전 그는 하루에 20시간씩 일하며 ‘번아웃’ 상태에 이르렀다. “퇴근하면서 달을 쳐다보고는 했어요. 어느 날 ‘달이 잘 보이는 집으로 이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집을 옮겼어요. 그 시기에 일이란 무엇일까 고민하다 보니 돈보다는 행복으로 무게가 기울더군요.” 책은 지난 2014년 그가 달이 잘 보이는 집으로 이사한 후 맞은 소소한 일상을 그림과 글로 꾸몄다. 고양이·개·닭과 함께 사는 그의 일상이 정감 어린 삽화와 짧은 글·사진으로 이어진다. ‘나답게’ 살아가기를 실천하는 그는 틈나는 대로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라인 일러스트’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며 소박하지만 확고한 일상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과 나눴다. 그는 반려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자세, 합리적인 소비 노하우 등을 짧은 글과 삽화로 풀어내며 자신만의 소확행 철학을 많은 사람과 나누고자 한다. 책에는 독자들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는 공간도 별도로 꾸몄다. 펜 삽화이지만 편안하고 정갈해 글을 읽는 것보다 더 큰 선물로 다가온다.

관련기사



다섯 살 때부터 디자이너가 꿈이었다는 그는 일찌감치 진로를 결정한 행운아다. 대학을 졸업한 후 중소기업에서 디자인 업무로 일을 배웠고 2004년 창업해 지금까지 작지만 안정된 회사를 운영해왔다. 그는 나름대로 철학을 갖게 됐다. 불합리한 일을 해가면서까지 돈을 벌지는 않겠다는 단호함이 그 주체다. 그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이른바 ‘갑질’을 겪었다. 천재지변으로 납기일을 며칠만 늦춰달라는 요청을 단칼에 거절하는 고객, 업무 외 접대를 요구하는 고객, 계약과 달리 슬며시 일을 추가하는 고객을 만나면서 고민이 깊어졌다”면서 “회사를 크게 키우기 위해 겪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을 굳이 감수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돈보다 삶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을 벗어나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그는 기실 생각이 많다. 무작정 귀촌한 것도 아니다.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오래 고민해왔다는 것이다. 복합전시산업(MICE)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을 확인한 박 대표는 경희대 컨벤션전시경영학과 박사 과정에서 계속 공부하고 있다. 그는 “큰 회사로 키우기에 온 정성을 쏟기보다 평생 전문가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결정”이라면서 “잘하는 일이 있으면 어디서든 인정받을 수 있다는 신념이 있기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한 걸음씩 나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india@sedaily.com

장선화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