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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파괴적 혁신 4.0]쓸데없는 투자? 지금은 틀려도 나중엔 맞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지음, 세종서적 펴냄

"혁신적 기술에 과감하게 투자하라"

23년전 '파괴적 혁신'의 탄생부터

주요 전환점·전망·적용법 등 담아

비디오대여점-넷플릭스, IBM-애플

실제 사례 통해 변화 필요성 강조




“선도 기업들은 대체로 기존 고객들을 유지하기 위해 더 좋은 성능을 개발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테크놀로지 세계에서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즉각적인 이익을 얻을 수 없는’ 혁신적인 기술에 과감하게 투자를 하는 ‘파괴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파괴적 혁신 4.0’의 저자이자 ‘세계를 선도하는 경영의 그루’라는 평가를 받는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은 1995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처음으로 이 같은 ‘파괴적 혁신’ 이론을 주장했다. 언뜻 보면 ‘즉각적인 이익을 얻을 수 없는 기술에 투자하라’는 주장은 기업가들이 쉽게 채택할 수 없어 보이지만 이 ‘파괴적 혁신 이론’은 현재까지도 강력한 성공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디오 대여점 시대의 종말을 가져온 넷플릭스, 혁신적 사업모델을 통해 비즈니스 파괴를 일으킨 애플 등이 우리 눈앞에 살아있는 증거들이다.


이 책에는 파괴적 혁신 이론이 처음 소개된 글부터 이 이론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주요 전환점을 되짚는 동시에 미래에 대한 전망까지 살피는 11편의 글이 수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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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저자는 IBM, 제록스 디지털이퀴프먼트, 애플 등을 통해 파괴적인 혁신 이론을 소개한 초기의 글과 우버 택시의 예를 통해 파괴적인 혁신의 적용 문제를 논했다. 특히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다 파괴당한 제록스와 시어스, IBM 등을 반면교사로 삼을 것을 권한다. 복사기 업계를 지배하던 제록스는 개인과 소규모 조직에 적합한 소형 복사기를 개발한 캐논에 패하고, 무서운 속도로 매장을 늘려나갔던 시어스는 월마트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단순한 미니컴퓨터의 등장을 신경 쓰지 않았던 IBM이 애플에 시장을 빼앗긴 것은 기존 고객에 대해 보여준 높은 충성도가 오히려 독이 된 경우라는 것이다. 저자는 “기존의 시장과 고객을 유지하기만 하면 현재의 명성을 유지할 것이라는 판단 착오에 따른 것인데, 이는 ‘고객이 변한다’는 것을 외면했거나 전혀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내린 경영 판단”이라고 강조한다.

또 책은 사업모델 혁신, 제품 개발, 인수합병, 재무지표 등 다양한 요소를 통해 파괴적 혁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선 저자는 할인현금 흐름과 순 현재 가치의 오용, 고정비용과 매몰 비용의 오용을 비롯해 주당순이익에 대한 집착 등 재무적 수단이 어떻게 혁신 역량을 저해하는지 일목요연하게 설명한다. 경영자들이 단순 지표에 현혹돼 파괴적인 혁신 대신 안주하는 쪽을 택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저자는 당부에 당부를 거듭한다.

무엇보다 경영자들이 쉽게 간과하거나 오해하는 것들을 짚어 파괴적 혁신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이 이 책의 최고 덕목이다. 특히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의 부상과 미국 최대 비디오 대여점 ‘블록버스터’의 쇠락을 비교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넷플릭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 비디오 대여점 고객은 온라인으로 DVD를 주문받고 우편으로 대여해주는 서비스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이 때문에 블록버스터는 이 신생기업인 넷플릭스를 무시했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비디오 대여점 시대는 종말을 맞이했다. 저자는 “넷플릭스가 처음부터 블록버스터가 장악하고 있는 핵심 시장을 공략했다면 선도기업인 블록버스터는 이에 적극 대응했을 것이지만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 오히려 넷플릭스를 성공으로 이끌었다”고 말한다. ‘파괴적 혁신’은 이처럼 어느 날 갑자기 파란을 일으키며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전개되는 과정’일 것이다. 이제 막 혁신성장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한 문재인 정부가 귀 기울여야 할 부분이다. 1만6,000원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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