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형철의 철학경영] 大를 위해 小를 포기하라

연세대 철학과 교수

<79> 리더가 버려야 할 욕심

바구니 속 바나나 못놓은 원숭이가

결국 사냥꾼 손에 쉽게 잡힌 것처럼

작은 욕심에 대사 그르쳐선 안될 일

지도자라면 감정 절제할 줄 알아야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원숭이 네 마리가 우리 안에서 놀고 있다. 바나나 한 개를 그 안으로 던지면 네 마리가 거의 동시에 솟구친다.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바나나를 서로 먼저 차지하기 위해서다. 이때 뜨거운 물을 붓는다. “아 뜨거워!” 하면서 물러선다. 다들 화가 무척이나 난 표정이다. 원숭이 한 마리를 선수 교체한다. 그리고 다시 바나나를 던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교체돼 들어간 원숭이가 아무것도 모르고 솟구치려고 하는 순간 다른 세 마리의 원숭이가 필사적으로 말린다. “야, 뜨거운 물!” 두 번째 선수 교체를 해보면 마찬가지 현상이 벌어진다. 세 번째도 네 번째도 모두 똑같은 식으로 행동한다. 그런데 마지막 네 번째 경우는 전과 다른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 교체됐기 때문에 스스로 뜨거운 물 맛을 본 원숭이가 한 마리도 없는데도 똑같이 행동한다는 사실이다. 이 원숭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늘 해오던 대로 따라 하는 것이다. 늘 하던 대로 하면 늘 푼수가 없기 마련이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나라 안에 잘못된 관행이 한 번 자리 잡으면 그것은 오래간다. 이것이 비뚤어진 문화를 제대로 잘 바로잡아야 하는 이유다. “어른 앞에서 담배 피우지 마라.” 이 관행만큼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유지된 것도 드물지 않을까. 원래 시작은 이렇다. 임금이 담배를 피우다가 가래가 많이 나오고 천식을 앓게 되니까 어의가 금연을 권했다. 그랬더니 임금이 신하들에게 “앞으로 나는 금연하니 그대들도 내 앞에서 담배 피우지 마시오”라고 명한다. 왜? 앞에서 담배 피우면 자신도 자꾸 피우고 싶어지니까. 그랬더니 대신들이 집에 가 전한다. “얘들아, 앞으로 어른 앞에서 절대 담배 피우지 마라.” 그게 오늘날까지 전해온 거란다. 영문도 모른 채 어른 앞에서 담배 피우면 ‘호래자식’이라고 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게 한 번 자리를 잡고 나면 고치기가 엄청 힘들다는 점이다. 조직에서 리더가 하는 행동을 까닭 없이 따라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원숭이를 사냥하는 방법에 대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원숭이가 제일 좋아하는 바나나를 가지고 사냥한다. 바나나를 원숭이 팔이 겨우 닿을 만큼 길고 입구가 좁은 바구니에 넣어둔다. 이 바구니를 원숭이들이 자주 지나가는 길목에 놓아둔다. 그리고 사냥꾼은 살짝 숨는다. 2~3시간이 지나도 원숭이들은 나타나지 않는다. 이놈들도 엄청 의심이 많고 조심성이 있는지라 여간해서는 몸을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다가 결국 한 마리가 살금살금 바구니에 접근한다. 그러고는 손을 쑥 집어넣어 바나나를 꽉 움켜쥔다. 이때 사냥꾼이 나타나 잡으러 가면 원숭이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절대로 바나나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그러고는 도망가려고 바구니를 팔과 함께 휘둘러 댄다. 그러니 제대로 도망갈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이때 여유롭게 원숭이를 잡는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바나나를 손에서 놓으면 팔을 좁고 긴 바구니에서 뺄 수 있고 그러면 쉽게 도망갈 수 있는데도 끝까지 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때로는 내가 가장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을 이번 기회에 꼭 가져야 한다는 욕심 때문에 일이 다 망가지는 경우가 있다. 포기해야 더 큰 것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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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도 마찬가지다. 리더가 꼭 가지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것을 가져야만 성이 풀릴 때가 있다. 어떤 최고경영자(CEO)에게 들은 이야기다. 한 기업을 인수했단다. 왜 하필 그 기업을 인수했냐고 물었더니 믿을 수 없는 답이 돌아온다. 지난해 같이 골프를 치러 갔는데 매너가 영 형편없더란다. 그래서 결심했단다. ‘저런 인간은 혼 좀 나 봐야 한다’고. 그래서 그 회사를 인수한 후 폐기 처분해버렸다는 이야기다.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특히 감정이 자신을 끝까지 몰고 가면 결과는 모두에게 비극일 수밖에 없다.

한 사람이 임금을 찾아와서 이렇게 제안한다. “폐하, 저는 남들이 가지지 않은 신기한 재주가 하나 있습니다. 저는 이쑤시개 끝에 원숭이를 조각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기술을 가진 사람은 세상에 저 하나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호오~ 짐도 그런 첨단기술은 일찍이 들어본 적이 없소. 그래, 그 이쑤시개 원숭이를 한번 만들어보시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제작하는 데 한 달이 걸립니다. 일단 착수금으로 금 500냥을 주시옵소서. 그리고 나머지 500냥은 완성된 후 잔금으로 치르시면 됩니다.” 자, 여러분이 이 임금이라면 착수금으로 금 500냥을 지급하겠는가. 참고로 시제품은 없는 상태다. 그리고 자기의 제안을 거절하면 경쟁 국가인 이웃 나라 임금에게 간다고 한다. 신하에게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놓고 자문했더니 이런 답이 나왔다. “폐하, 그 이쑤시개 원숭이를 만들 때 사용할 도구를 보여달라고 하십시오.” ‘한비자’에 나오는 예화다.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제작팀이 구글에 합병되기 전 한국에 찾아온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때 도구를 보여달라고 했더라면 지금쯤 어떻게 됐을까.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라. 더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을 포기하라. 그리고 안목을 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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