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천만관객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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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2월19일은 국내 영화사에서 기념비적인 날이다.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가 처음으로 관객 1,000만명을 동원한 것이다. 2003년 12월24일 상영을 시작한 지 58일 만의 일이다. 대북 특수임무 수행을 목적으로 창설된 684부대의 스토리를 다룬 실미도는 개봉 일주일 만에 159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으는 등 연일 한국영화 기록을 갈아치웠다. 당시 영화계 안팎에서는 “꿈의 1,000만 관객 시대가 열렸다”며 흥분했다.


국산 영화가 1,000만 관객을 동원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개의 스크린을 가진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등장 덕분이다. 1963년 미국에서 첫선을 보인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우리나라에는 1998년 4월 CJ그룹이 서울 구의동 테크노마트에서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각자의 취향에 맞는 영화를 골라 볼 수 있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영화 관람 인구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실제로 1997년 4,700만명에 그쳤던 연간 관람객 수는 멀티플렉스 등장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2002년 1억명, 2013년에는 2억명을 돌파했다. 이를 바탕으로 2004년 실미도 이후 거의 매년 1,000만 관객 영화가 등장하고 있다. 2014년 1,761만명을 끌어모으면서 단일 영화로는 최고 기록을 갖고 있는 ‘명량’을 비롯해 모두 21편이 ‘천만 영화’ 대열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국제시장’과 ‘베테랑’ ‘아바타’ ‘광해, 왕이 된 남자’ ‘해운대’ 등도 이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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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에서는 또 다른 ‘천만 영화’ 탄생이 예고돼 있다. 지난 1일 개봉된 ‘신과 함께-인과 연’이 12일 현재 963만명을 넘어서면서 ‘1,000만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것이다. 이 작품이 1,000만 관객을 넘어서면 ‘신과 함께’ 1·2편은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쌍천만 영화’의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 이처럼 멀티플렉스 등장 이후 국내 영화 시장이 커지면서 할리우드의 주목을 받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도 있는 법이니 영화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영화의 쏠림현상이 심해지면서 다양성 실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영화 시장이 커지는 것은 좋지만 소자본 영화도 관객들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철수 논설실장

오철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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