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시각] 문재인 정부의 포용적 성장

김능현 경제부 차장

김능현 차장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대신 경제정책의 새 간판으로 내세운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은 무척 난해하고 모호한 개념이다. 세계은행(WB)도 어떤 정책이 포용적 성장에 부합하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지 않는다. ‘포용적 성장이란 무엇인가’라는 세계은행 리포트를 보면 “포용적 성장 전략은 개별 국가의 상황에 맞게 맞춤식으로 구사해야 한다”고만 기술할 뿐 구체적인 정책은 언급하지 않는다.

다만 몇 가지 키워드는 있다. △지속가능성을 전제로 한 빠른 성장 △일자리와 기업의 창조적 파괴를 포함한 경제적 다양성과 경쟁을 촉진하는 구조개혁 △직접적 소득재분배보다 생산적 고용을 중시하는 노동정책 △상대적 빈곤이 아닌 절대빈곤을 줄이는 빈곤 감소적 성장(pro-poor growth) △저생산성에 갇혀 있거나 성장 과정에서 배제된 노동력의 활용을 통한 성장 속도 향상 △시장 주도적 성장과 정부의 촉진자 역할 △교육 기회의 형평 등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런 포용적 성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최근의 교육정책만 봐도 그렇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비중을 높일지 줄일지 같은 대입정책에만 매몰돼 균등한 교육 기회 확대를 위한 근본적인 교육구조 개혁은 손도 못 대고 있다. 대입정책마저 ‘공론화’를 가장한 하청에 재하청으로 ‘공’을 떠넘긴 끝에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해 학부모를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대입정책만 만지작거리다 보니 대학 서열화 완화는커녕 공약으로 내세운 거점 국립대, 지역 강소대학 육성 등 고등교육의 핵심인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는 정책에도 손조차 대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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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적 성장은 일자리 및 자영업자 대책과 관련해서도 중요한 함의를 던져준다. 일자리에의 균등한 접근을 통한 고용 증가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는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소득 증가로 연결된다는 것이 포용적 성장의 논리다. 하지만 현 정부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가격변수 개입을 통한 소득재분배 정책으로 오히려 일자리 증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자영업자의 저항을 불렀다.

최근 경기침체의 징후가 보이자 정부는 규제개혁과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 등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에 나섰다. 재정 확대를 통해 포용적 성장론이 주장하는 정부의 경기 ‘촉진자’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SOC에 ‘생활혁신형’이니 ‘지역밀착형’이니 하는 법에도 없는 수식어까지 붙이며 도로와 철도 등의 전통 SOC와 애써 구별하는 것을 보면 여전히 ‘이념’에 갇혀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도로와 철도만큼 국민 생활이나 지역경제와 밀접한 SOC가 또 어디에 존재한다는 말인가. 정책의 간판을 변경하려면 사고의 틀도 함께 바꿀 필요가 있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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