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연구비로 드라마 제작...황당한 KDI

파견 직원 인건비 충당도

"예산집행과정 문제" 비판

국내 최고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연구에 써야 할 돈으로 드라마를 만들었다가 국회 예산정책처의 지적을 받았다. 국제기구 파견 직원의 인건비도 예산편성지침을 어겨가며 연구비에서 충당한 것으로 나타나 KDI의 예산집행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KDI는 지난 2016년과 2017년 각각 1억5,000만원과 2억5,300만원을 들여 라디오 드라마 ‘코리안 미라클’과 ‘한국경제 격동 30년’을 제작했다.


이 과정에서 KDI는 경제 관련 연구와 조사를 위해 쓰게 돼 있는 연구개발적립금 4,860만원을 대본 집필비용에 사용했다. KDI는 결산잉여금의 일부를 연구개발적립급으로 쌓고 이를 기관고유사업인 경제 관련 연구·조사 등에 써야 한다. 예정처는 “드라마 제작이나 출판물 구입은 KDI의 기관고유사업 또는 연구인프라 확충 등 기관목적사업과 관련성이 부족하다”며 “교육훈련사업에 해당하지도 않고 기관발전과도 관계가 없는 만큼 향후 연구개발적립금을 지침상 용도와 부합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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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는 연구사업비를 국제기구 파견직원의 인건비 보조에도 썼다. 예정처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KDI는 국제기구 파견자의 인건비와 주택임차료, 파견수당 명목으로 총 16억원가량을 연구사업비에서 가져다 썼다.

하지만 파견부담금이나 파견직원 수당은 연구사업과 관련성이 떨어진다. 사실상 인건비다. 예정처는 “연구사업비를 활용해 인건비 성격인 파견부담금이나 파견직원 수당을 집행한 것은 정부의 예산편성지침을 위반한 측면이 있다”며 “해당 비용이 공공기관의 총인건비에서 제외됨에 따라 실제 집행 수준에 비해 총인건비가 과소 책정된다”고 밝혔다. 정부가 연구하라고 준 돈을 제멋대로 드라마 제작이나 인건비로 가져다 쓴 셈이다. KDI는 이에 대해 “큰 지적사항은 아니며 향후 관련 내용을 조정하겠다”고 해명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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