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원자재값 폭락 세계 경기둔화 전조인가]상품지수 1년來 최저·안전자산 쏠림 심화...2015년 악몽 재연 우려

납 7.09%·알루미늄 2.17% 급락 등 전방위 약세

美 11월 중간선거 전까지 변동성 장세 이어질듯




글로벌 시장에서 미중 무역전쟁과 터키발 신흥국 위기의 ‘감염 효과(contagion effect)’로 인해 세계 경기 둔화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경고음이 점차 커지고 있다. 구리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하락은 중국의 수요 둔화가 주요 원자재 수출국의 위기로 번졌던 지난 2015년의 악몽을 다시 불러내고 있으며 미국·터키 관계 경색에서 촉발된 신흥국 위기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화 강세 등 안전자산 쏠림 현상을 부추기며 신흥국 위기에 한층 기름을 붓고 있다. 위기의 진앙이 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글로벌 무역전쟁 및 각국과의 분쟁 완화로 선회할지는 오는 11월 중간선거 때까지 알 수 없어 글로벌 시장의 불안과 경기 둔화 우려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원자재 가격은 전방위적인 약세를 보였다. 납 가격이 전날보다 7.09%나 급락했으며 알루미늄(-2.17%) 가격도 하락세를 나타냈다. 원유·구리 등 22개 원자재 가격을 추종하는 블룸버그 상품지수는 이날 2017년 7월 이래 최저치인 82.17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이 이처럼 원자재 매도세에 속도를 내는 것은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가 중국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날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7월 산업생산과 소매판매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각각 6%, 8.8%로 모두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블룸버그는 “미중 무역마찰로 원자재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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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 양상을 보이면서 중국 경기 둔화가 원자재 시장의 전반적 약세로 번졌던 2015년과 같은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경제 연구업체인 세븐스리포트의 톰 에세이 대표는 “구리 가격이 새로운 저점을 형성한 것은 경제 전망에 있어 결코 좋지 않다”며 “구리 가격은 조만간 또 다른 변동성 장세가 올 수 있다는 경고 신호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산업 원자재 시장의 최근 움직임은 중국 경기 침체 우려가 막대한 변동성을 낳았던 2015년 여름의 상황과 점점 닮아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2015년 당시 원유 등의 가격이 폭락하면서 브라질·러시아 등 주요 원자재 수출국은 급격한 증시 악화와 경제난에 직면한 바 있다.

여기에 미국과 대립하는 터키발 쇼크가 신흥국 전반으로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금융시장의 안전자산 쏠림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4월16일부터 상승세로 전환해 이날 96.70을 기록하며 2017년 6월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글로벌 무역전쟁 우려와 함께 터키 리라화를 시작으로 번지고 있는 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이 안전자산인 달러화의 가치 상승을 추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달러화 강세는 신흥국 시장으로부터의 자본 이탈을 한층 부추기며 신흥국발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 달러화가 강세를 띠면서 이날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국제 금 가격은 전일 대비 1.3% 하락한 온스당 1,185달러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변동성 장세가 미국 중간선거가 치러지는 11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쇠락한 미 북동부 제조업 지역인 ‘러스트 벨트’의 표를 얻기 위해 미중 무역전쟁을 일으킨데다 신흥국 위기의 시발점인 터키 정부에 대한 미국인 목사 석방 요구도 백인 기독교 계층의 지지를 노린 행보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9월3일인 노동절 이후 미국 정치권은 본격적인 중간선거 정국으로 들어가게 돼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더욱 강경한 무역정책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7월 트럼프 대통령과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간 회담에서 포괄적인 무역 합의가 이뤄지며 무역전쟁 우려가 다소 잦아들었지만 중간선거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수입차 관세 카드를 다시 꺼낼 수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망했다.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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