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스크린 속 스크린, 지켜보니 내 이야기 같네

디지털이 바꾼 '21세기형 영화'의 문법

PC화면으로 장면 구성한 '서치'

유튜브 생중계 소재 '곤지암'

관찰자 된 현대인의 모습 반영

인터넷·IT 친숙한 'Z세대' 열광

영화 ‘서치’ /사진제공=소니픽쳐스영화 ‘서치’ /사진제공=소니픽쳐스



결혼부터 아이가 태어나 맞이하는 부부의 일상, 아이의 성장, 가족에게 닥쳐온 불행과 희망의 순간을 빼곡하게 기록한 동영상이 잇따라 재생되며 영화 ‘서치’는 시작된다. 그러나 평온했던 일상이 깨지기 시작하는 것은 자정 가까운 시간 딸 마고의 부재중 통화 세 통이 스크린에 기록되면서부터다. 이튿날 아침 아빠 데이빗은 마고의 부재를 눈치채고도 학교에 갔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만 이후 현실 세계에서 딸의 흔적은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는다. 결국 데이빗은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고 직접 딸의 SNS와 휴대폰 속 기록을 추적하며 단서를 찾기 시작한다.

영화 ‘서치’ /사진제공=소니픽쳐스영화 ‘서치’ /사진제공=소니픽쳐스


여느 범죄·스릴러물과 다를 바 없는 의문의 실종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가 선댄스영화제(제34회 관객상 수상), 로카르노영화제(제71회 비경쟁부문 진출), 시드니영화제(제65회 각본상 후보)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이유는 이 영화의 독특한 문법이 디지털 시대를 맞은 영화의 미래를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서치’는 딸의 실종 이유를 추리해 나가는 모든 과정을 컴퓨터와 모바일 화면, CCTV 영상으로 구성한 영화다. 카메라가 피사체를 직접 비춘 장면은 한순간도 존재하지 않는다. 가족조차 몰랐던 진짜 이야기는 페이스북, 텀블러, 위 라이브 등 온갖 소셜미디어(SNS) 상에 담겨 있고 아버지는 딸의 SNS를 추적하며 딸이 사라진 이유와 과정을 밝혀내게 된다.

영화 ‘서치’ /사진제공=소니픽쳐스영화 ‘서치’ /사진제공=소니픽쳐스


101분의 러닝타임 동안 관객들은 스크린 속의 스크린을 통해 추적 과정을 지켜보며 묘한 몰입감을 느끼게 된다. 유튜브나 뉴스 화면, CCTV 등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한 줄 짜리 사건·사고 뉴스가 살갗을 파고드는 나의 이야기가 되는 순간이다.


관객들이 일상에서 접하는 스크린 속 화면으로 미장센을 구현한 영화들은 또 있다. 한국영화 가운데선 대표적인 작품이 올 3월 연중 최대 비수기에 개봉해 267만 관객 몰이에 성공한 ‘곤지암’이다. 이 영화는 최근 공포 체험 현장을 인터넷 방송으로 생중계한다는 컨셉트로, 출연 배우들과 촬영 현장에 액션캠과 CCTV, 드론 등을 설치 1인칭 시점의 생생한 영상을 영화의 주요 장면으로 배치하며 독창적인 화법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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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곤지암’ /사진제공=쇼박스영화 ‘곤지암’ /사진제공=쇼박스


어릴 때부터 인터넷·디지털 기기를 접해 IT(정보기술)에 친숙하고 PC나 TV 화면보다 스마트폰을, 텍스트보다 동영상을 선호하는 Z세대(Gen Z·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에 태어난 세대)의 등장은 앞으로 영화의 문법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타인의 삶은 물론 자신의 삶마저 스마트폰이나 CCTV 화면을 통해 지켜보는데 익숙한 젊은 세대일수록 ‘서치’나 ‘곤지암’ 같은 색다른 영화의 문법에 열광할 수밖에 없다”며 “현실과 허구를 혼동시키는 페이크 다큐가 최근에는 보편적인 장르가 된 것처럼 디지털 시대가 영화의 미장센과 문법, 내용까지 변화시키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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