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기능의 상향 평준화가 이뤄지면서 ‘색상’이 각 스마트폰만의 특징을 표현하는 주요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업체들은 색상에 스토리를 입혀 특별함을 강조하거나 출시된지 어느 정도 지난 스마트폰을 새로운 색상을 통해 다시 부각시키는 등 적극적으로 ‘컬러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도시의 풍경’을 주제로 4가지 색상(오션 블루·미드나잇 블랙·메탈릭 코퍼·라벤더 퍼플)의 갤럭시 노트9을 내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도시의 색깔이 시간과 계절, 사람들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표현했다”며 “미드나잇 블랙은 도시의 밤을, 메탈릭 코퍼는 노을이 드리운 도시를, 라벤더 퍼플은 전통적인 핑크를 대체하는 트렌디함을 연상시킨다”고 설명했다.
이 중 가장 주목받는 색상은 ‘오션 블루’다. 스마트폰 유통업체 엠엔프라이스가 지난 10일부터 나흘간 갤노트9 사전예약자 2,6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오션블루를 선택한 소비자가 45%로 가장 많았다.
오션 블루는 노트 시리즈 중 유일하게 스마트폰과 S펜(노란색)의 색상을 다르게 구성했다. 무난한 색감인 푸른 계열에 보색 관계에 있는 노란색을 조합해 안정감과 특별함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노린 디자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진행한 갤럭시 노트9 언팩 행사에서 무대 전체 색감을 푸른색으로, 고동진 IM부문장(사장)의 셔츠색깔을 노란색으로 맞춰 오션 블루를 상징하기도 했다.
오션 블루 이외에도 쉽게 질리지 않는 무난한 색깔은 스마트폰 구매자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받고 있다. 미드나잇 블랙의 경우 갤럭시 노트8과 갤럭시 S9에 이어 노트9까지 동일한 명칭과 색상으로 매번 등장하고 있다. 갤럭시 노트8 출시 당시 인기를 끌었던 ‘오키드 그레이’ 색상은 삼성전자가 성별, 나이와 관계없이 누구나 좋아할 수 있도록 만든 색깔이다.
반면 톡톡 튀는 색깔을 통해 새로운 효과를 노리는 경우도 있다. 올해 초 갤럭시 S9에서 처음 등장한 ‘라일락 퍼플’은 세계적 컬러연구소 팬톤이 올해의 컬러로 선정한 ‘울트라 바이올렛’과 비슷한 색감이어서 주목받았다.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점차 길어지자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평범한 색깔이 아닌, 트렌디한 색깔을 내세워 교체 주기를 앞당기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스마트폰의 색깔은 다른 업체의 신제품을 견제하거나 특정 국가를 공략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이용된다. 지난해 애플 아이폰X가 출시됐을 때 삼성전자는 기존 갤럭시 S8에 버건디 레드 색상을 추가로 내놨다. 애플 역시 삼성전자의 갤럭시 S9 마케팅이 한창이던 지난 4월, 아이폰8 레드 스페셜 에디션을 내놓으며 신제품 출시와 같은 홍보 효과를 거뒀다. 삼성의 갤럭시 S8·S9 버건디 레드와 애플의 아이폰8 레드는 모두 중국을 우선 출시국으로 포함시켜 붉은색을 선호하는 중국 소비자들을 적극 공략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에 다양한 색깔을 입히는 것은 낮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마케팅”이라며 “새로운 스마트폰이라는 이미지를 주면서도 소비자들의 선택권도 함께 넓힐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