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과 자녀 둘과 생활하는 A 씨는 이번 달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고 한숨을 내쉬었다. 요금은 16만 7,000원. 요금 걱정이 두려워 가족들이 학교나 일을 마치고 돌아온 저녁, 하루 평균 5시간 정도 에어컨을 틀었는데 요금은 거의 8만 원이 뛰었다. 전력사용량이 250kwh 정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가 실시한 누진제 완화 정책에 따라 2만 원 정도 요금은 깍이겠지만 아이들 학원비로 저축을 하지도 못하는 현실을 생각해보면 전기요금 몇 만원도 큰 부담 이다.
A 씨와 같이 7월 전기요금 고지서가 각 가정에 배달되면서 전기요금 부담을 호소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전기요금이 크게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정부의 발표와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 13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1,108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의 7월 평균 전기요금은 12만 3,600원으로 집계됐다. 한시적 전기요금 인하 방안 실시로 실제 도착한 전기요금은 이보다 감액 돼 다음 달 요금에 소급된다. 그럼에도 정부의 예상치와는 차이가 있다. 산업부는 월평균 350kwh를 사용하는 4인 가구 기준으로 냉방을 위해 추가로 100kWh를 사용할 경우 누진제 개편 이전에는 8만 8,190원을 요금으로 냈어야 하지만 한시 할인으로 6만 5,680원만 내면 된다고 설명했다. 7월분 고지서에 반영되는 검침 기간이 지난 6월 말부터 7월 말까지였던 만큼 폭염 일수가 상당 부분 포함되는 8월 달 고지액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전기요금이 크게 늘어난 가구는 오히려 값비싼 신형 에어컨으로 바꾸지 못한 서민 가구라는 주장도 나온다. 구형 에어컨은 정속형으로 설정 실내 온도에 도달하면 작동을 멈추고, 다시 실내 온도가 올라가면 작동하는 것을 반복한다. 반면 신형인 인버터 에어컨은 설정한 온도로 내린 뒤 필요한 만큼의 전기만 소모하면서 이를 유지한다. 통상 고효율 인버터 제품은 2010년 이전에 나온 정속형 제품과 비교 시 효율이 2.9배 높아 전기료를 최대 65%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전기요금이 크게 올라간 가정은 무풍 에어컨 등 200만원 대에 달하는 에어컨을 사지 못한 서민층”이란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에너지 효율에 따라 구형 에어컨을 쓰는 가정은 에어컨을 적게 사용하고도 전기요금은 더 내야 하기 때문이다.
에어컨 사용 시기에 따른 누진제 폭탄을 피하기 위해 정부가 검침일을 각 가정이 스스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한 대책도 요금 인하에 큰 차이가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전력공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검침일을 매달 1일에서 15일로 변경한다고 해도 실제 요금 차이는 전체 요금의 0.4%인 1,070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폭염이 누그러들면서 전기요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점차 주는 모양새다. 하지만 난방 사용량이 많은 겨울에도 현행과 같은 누진체계 하에서는 전기요금 논란이 또 다시 불거질 수 있다. 게다가 한국전력공사가 6년 만에 처음으로 3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내면서 전기요금 인상을 골자로 한 요금체계 개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와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은 어떻게든 막겠다는 입장이지만 한전 적자가 누적되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은 올해 적자 원인으로 발전 자회사의 연료비 상승, 민간발전사로부터의 전력구입비 증가, 신규 설비투자 확대에 따른 감가상각비 증가 등을 지목했다. 전기요금 단가에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국제유가와 유연탄 가격은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어 난방 수요가 몰리는 올해 겨울엔 전기요금 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산업부 한 관계자는 “유가가 상승세지만 곧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대다수”라며 “유가가 안정적으로 접어들면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