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더위 속에서도 저는 열심히 바이크를 탔습니다. 한낮뿐만 아니라 아침저녁까지 더워버려서 힘들긴 했지만 계곡 투어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 와인딩 코스 좀 달려주고, 제일 더울 시간엔 계곡물 속에 피신해 있다가 해가 좀 지면 복귀하는 거죠.
별로 궁금하진 않으시겠지만 꾸역꾸역 말씀드리자면 저는 원래 아웃도어 레저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캠핑도 싫고, 야외에서 직접 해먹는 밥도 싫고, 벌레(오우 네버)도 싫고, 물 밑에 뭐가 있을지 무서워서 바다도 안 좋아합니다. 어딜 가나 북적이는 성수기에 굳이 피서를 가야 한다면 인공 수영장과 지붕 아래 남이 차려준 밥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는 주의였죠.
하지만 한창 더위가 시작되던 7월의 어느날, 두유바이크에 자주 등장하는 예의 동호회원(만항재편, 베트남편 클릭)들과 함께 처음으로 계곡 투어를 떠났습니다. 목표지는 바이크 투어 다녀오는 길에 이름이 신기해서 기억에 남았던 김삿갓 계곡. 계곡도 구간별로 펜션이나 평상 식당이 잔뜩 있어서 사람이 붐비는 곳, 그렇지 않은 곳이 있는데 최대한 사람이 없는 구석진 장소를 찾아 자리를 잡았습니다.
자리를 잡기까지의 과정이 좀 길긴 했습니다. 계곡 인근 도로를 따라 사람이 적은 곳, 그늘이 있고 돗자리를 펼 수 있는 곳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야 합니다. 딱히 한 일도 없는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좀 귀찮긴 했습니다(…).
어쨌든 자리를 잡고 물부터 묻혀봅니다. 저는 애초에 아웃도어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발만 살짝 담가볼 계획이었지만 계곡까지 달리면서 너무 더웠고 막상 발을 담가보니 무지하게 시원하고 좋아서 라이딩진을 입은 채로 그냥 입수해버렸습니다. 그렇게 저는 거의 초딩시절 이후 처음으로 계곡물을 끼얹어보게 되었습니다. 감흥이 새롭더군요.
그리고 저는 이날부터 광복절까지 한 달 동안 계곡을 4번이나 놀러 가는 기염을 토하게 됩니다.
열심히도 다녔습니다. 유명산 쪽의 가평 어비계곡, 화악산 쪽의 가평 조무락계곡도 다녀왔습니다. 중간에 아쿠아슈즈와 캠핑의자도 사버렸습니다. 계곡 투어가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이어지리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한 번은 빈손으로 계곡엘 갔는데, 먼저 자리잡고 계시던 의정부 산악회 어르신들이 저희를 유심히 쳐다보시더니 잠시 후 홍어무침 한 접시를 내미시더군요.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 “이거 먹고 있어, 이따 점심도 줄께!”
그리고 진짜로 얻어먹었습니다!!각자 댁에서 준비해오신 김치, 젓갈, 멸치볶음, 상추 등등 소박한 반찬인데 꿀★맛★이더군요. 계곡에선 뭘 먹어도 맛있게 느껴지는 특수효과가 있는 것만 같습니다.
너무 북적이지 않는 곳, 조용히 쉴 수 있는 곳을 찾기 위해 크게 수고를 들일 필요도 없습니다. 위의 계곡들은 언젠가 지나치는 길에 지명만 기억해뒀거나 심지어 지도에서 아무렇게나 찍은 곳이거든요. 그저 발만 담그고 와도 좋을 것 같았는데 실제로는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습니다. 물론 이들 계곡에도 불법영업 중인 평상 식당 등이 적잖이 보이기는 하지만 북적이는 구간을 지나 조금만 더 가면 한적한 장소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어비계곡 같은 경우 물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약간의 임도 비스무레한 길도 나옵니다. 사륜차로는 가기 힘든 길도 탐색해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계곡에서 놀기 전, 혹은 늘어지게 잘 놀은 후에는 계곡 근처의 와인딩 코스로 달려봅니다. 마침 김삿갓계곡 근처에는 베틀재가, 어비계곡 쪽에는 유명산·중미산 와인딩 코스가, 조무락계곡 옆에는 도마치재와 화악산로가 달리기 좋습니다.
계곡에서 한기를 느끼다가도 달린 지 20분이 지나면 다시 더위가 엄습해오지만 이미 해가 기울기 시작한 시점이라 한결 낫습니다.
폭염에 주구장창 바이크만 타다 보면 탈 납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더위 식혀가며 즐거운 투어 다녀오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