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성장률 4%도 돌파....美 경제 최장기 호황 언제 꺾일까

기관마다 성장률 높여 올 해 3%대 올라설 듯

120개월 경기확장 신기록도 '경신'에 무게

연준, 내달 기준금리 2.0~2.25% 인상 '확실'

감세에 완전고용 이른 고용 '끌고', 소비 '밀어'

경기침체 시작은 현재론 2020년 하반기 전망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앙이었던 미국 경제가 지난 2·4분기 4.1%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세계 경제에서 독보적인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월가에서는 내달 15일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리먼브러더스 파산 10년을 맞아 이를 회고하며 교훈을 찾는 행사들이 간간이 열리고 있지만, 월가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미국의 경기확장이 사상 최장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자신감에 가득 차 있다. 이 때문에 미 연방준비제도가 내달 25~26일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기준금리를 2.00~2.25%로 0.25% 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월가에서는 기정 사실이 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확대하고 러시아·이란·터키 등에 제재를 가하며 갈등을 키우고 있지만 미 경제는 호황 수준에 이르렀다고 할 만큼 탄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이란 등과 무역전쟁이나 충돌에 트럼프 정부가 예상보다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도 미 경제 성장이 매우 견조해 때론 이들 악재 조차 호재로 보이게 하는 ‘마술’(Magic)을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 언론에서는 미·중간 무역전쟁이 연준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할 가능성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미국의 경기 호조가 기업들의 실적 향상을 뒷받침하면서 뉴욕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자 이달 16일(현지시간) 트레이더들이 크게 기뻐하고 있다 /뉴욕=신화연합뉴스미국의 경기 호조가 기업들의 실적 향상을 뒷받침하면서 뉴욕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자 이달 16일(현지시간) 트레이더들이 크게 기뻐하고 있다 /뉴욕=신화연합뉴스



최근 미국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자 선순환의 출발점은 단연 일자리다. 연준의 양대 경제 목표치인 고용과 물가 중 고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미 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의 지난달 공식 실업률은 3.9%로 이미 완전 고용 수준이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경제학자들의 설문조사를 인용해 “실업률이 내년 6월까지 3.6%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맥도널드나 KFC, 스타벅스는 물론 최근 대형 은행들마저 영업점에 ‘하이어’(Hire) 팻말을 내걸고 일손 구하기에 나설 정도다.

일자리가 늘고 임금도 상승세를 보이자 미국 경제에서 최대 비중을 차지하는 소비 지출 역시 활황세를 구가하고 있다. 지난 15일 미국 상무부는 7월 소매업체 매출이 한 달 전보다 0.5% 증가해 6월(0.2%) 보다 증가세가 크게 뛰었다고 발표했다. AP통신은 “미 소비자들이 더 많은 자동차와 의류, 가전제품을 구매하면서 건강한 ‘소비 속도’를 보여줬다”며 “이는 확신에 찬 소비자들이 미국의 견조한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소매 지출은 미국 경제활동의 약 70%를 차지해 미 경제는 2·4분기에 이어 3·4분기에도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국제금융기구나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잇따라 올해 미국 성장률을 상향 전망하며 컨센서스가 3%대 성장에 모이고 있다. 종전 2.5%의 미 경제성장률을 예상한 모건스탠리는 이달 초 전망치를 3%로 올렸고 골드만삭스는 3.15%를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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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경제의 성장 속도가 둔화되긴커녕 오히려 가속도를 높이면서 미국의 경기 확장세가 사상 최장기록을 경신할 것이란 전망에 대한 공감대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미 경기 확장세가 100개월에 육박했을 때만 해도 늦어도 2019년에는 침체가 시작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지난 연말 트럼프 정부의 막대한 감세 조치와 재정지출 확대 등 부양책이 가세하면서 경제 전문가들의 컨센서스는 침체가 빨라야 2020년이 될 것이라는 관측으로 옮겨 갔다. 이 경우 지난 2009년 6월 시작된 현재의 미국 경기 확장 국면이 사상 최장기였던 1991년 3월~2001년 3월(120개월)을 깨고 신기록을 작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아직 확정치가 발표되진 않았지만 미 경기는 지난 7월까지 성장을 이어간 것으로 분석돼 109개월째 확장하며 이미 역대 두 번째 경기 확장기였던 1961년 2월~1969년 12월(106개월)을 넘어선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다만 올해 미국 성장세가 워낙 강해 상대적으로 내년과 2020년에는 성장률 둔화를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WSJ이 57명의 민간 이코노미스트들을 조사한 결과, 내년 미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2.4%, 2020년은 1.8%로 나타났다. WSJ의 지난 5월 조사에서는 미 경제의 성장세가 소진돼 침체에 빠지는 시점에 대해 2020년 하반기를 꼽는 경제전문가들이 60%에 육박했다. 21.6%는 2021년에야 경기가 침체기에 돌입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2019년과 2022년을 찍은 경제학자들은 각각 7.8%에 달했다. 3.9%는 2022년 이후로 예상했다.

2020년께 미 경제가 침체로 돌아설 것으로 보는 이유에 대해서는 연준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에 따른 정상적 경기 사이클로 보는 견해가 많았다. 경제학자들 약 90%는 연준이 내달 금리를 인상하는 데 이어 올 12월에도 0.25%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준은 미 경제 성장세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상처에서 완전히 회복했다고 보고 내년도 3% 수준까지는 3개월에서 6개월 마다 꾸준히 기준금리를 올린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뉴욕 = 손철 특파원 runiron@sedaily.c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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