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고 발언해 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영주(69)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경진 판사는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고 전 이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고 전 이사장의 고의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고 전 이사장의 진술 등을 보면 악의적으로 문 대통령을 모함하거나 인격적인 모멸감을 주려는 의도가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법원은 “고 전 이사장이 오히려 자유민주주의 체제 유지에 집착하는 것으로 보이므로 명예훼손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적으로 이론의 여지 없이 받아들일 만한 자유민주주의 혹은 공산주의 개념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점을 무죄 선고 근거로 밝혔다. 김 판사는 “피고인과 피해자가 공산주의란 개념에 일치된 견해를 가질 수 없어 이 표현이 부정적 의미를 갖는 사실 적시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논리적 정확성에 대한 비판과 별개로, 고 전 이사장이 여러 논거를 종합해 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평가한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묵시적으로 표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김 판사는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문은 광범위한 문제 제기가 허용돼야 하고, 이는 공론의 장에서 평가받을 수 있다”며 “시민이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하고 논박을 거치는 방식을 형사 법정에서 (평가하는 것은)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전 이사장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 보수 성향 인사들로 가득 찬 방청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들은 “한국 언론의 자유가 살아 있다”, “사법부 살아 있다”며 환호했다.
고 전 이사장은 지난 2013년 1월 보수성향 시민단체 신년하례회에서 당시 민주통합당 18대 대선후보였던 문 대통령을 가리켜 “문재인은 공산주의자이고,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발언한 혐의로 기소됐다.
문 대통령은 2015년 9월 고 전 이사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약 2년 만인 지난해 9월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고 전 이사장은 재판 끝까지 “문대통령 취임 후 주사파가 청와대 요직에 임명되고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고 이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같은 사안의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법원이 2016년 명예훼손을 인정해 3,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 소송은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