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쪼개진 조계종…'1994년 사태' 데자뷔?

개혁 주장하는 재야-종단 주류

"적폐청산…중앙종회 해산해야"

"종헌종법 질서 속 총무원장 선출"

조계사 앞 길 하나 두고 맞불집회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 사퇴를 촉구하는 설조 스님의 41일간의 단식에 이어 종단 역사상 전무후무한 총무원장 ‘탄핵’을 겪은 불교 조계종이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2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 우정국로를 사이에 두고 밖에서는 불교 개혁을 촉구하는 ‘전국승려대회’가 열린 반면, 조계사 안에서는 종단 주류세력의 ‘교권수호결의대회’가 개최돼 팽팽하게 맞섰다. 개혁을 외치는 승려대회에는 승려 200명을 포함해 1,000여명이 집결했고 경내 교권수호결의대회에는 승려와 재가자 등 3,500여명이 참여했다.

이들의 갈등은 지난해 10월 설정 스님이 자승 전 총무원장의 지원으로 총무원장직에 당선되며 본격적으로 불붙었다. 선거 과정에서 설정 스님의 은처자 및 학력위조 의혹이 제기됐고, 이에 비주류의 반발이 격해지자 결국 자승 전 총무원장은 자신이 장악한 중앙종회(조계종의 입법부)를 통해 설정 총무원장을 탄핵했다. 탄핵 직후 총무원장 권한대행 진우 스님은 현 선거체제로 다음 달 28일 새 총무원장 선거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조계종 갈등의 분수령으로 지목된 이날 행사를 두고 일각에서는 1994년 승려대회 과정에서 촉발된 폭력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서의현 총무원장은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3선 당선을 위해 조직폭력배 250명을 동원, 조계사 앞에서 불교개혁을 촉구하던 이들을 무자비하게 폭행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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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일부 승려대회 참가자가 적폐청산을 주장하는 글을 담은 종이를 조계사 내부에 뿌리고 조계사 종무원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실랑이가 벌어지기는 했으나 다행히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신임 총무원장 선거까지 긴장 상황은 지속될 전망이다.

양측은 갈라진 채로 양보와 협상의 가능성 없이 평행선을 그리는 실정이다. 전국승려대회에서 주최 측은 총무원장 직선제 및 중앙종회 해산 이후 비상종단개혁위원회 구성을 주장했다. 아울러 비구니 스님의 종단 참여에 관련한 완전한 평등 보장 및 재정 투명화도 요구했다. 승려대회 주최 측은 행사 내내 “절대 폭력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며 “교권수호결의대회에 참여한 재가자들도 우리가 품어야 할 불자”라고 강조했다. 한 참가자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개사해 ‘스님 갱스타일’이라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반면 조계종 주류 측은 “종헌종법 질서 속에서 선거법에 의해 총무원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국승려대회를 해종집회(害宗集會·종단을 망치는 집회)로 규정하고 참여 승려들에 대한 강력한 징계도 예고했다.

종단 개혁은 험난해 보인다. 지난 1994년 승려대회는 승려 2,000명이 참여해 서의현 총무원장 축출에 결정적 원동력이 됐다고 평가받는다. 당시 중앙종회를 해산하고 비대위 형식으로 설립된 개혁회의가 개혁안들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번 승려대회는 규모도 작을 뿐 아니라 종단 주류 측의 맞불집회보다도 왜소했다. 승려대회 측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결의대회를 지속할 것”이라 예고했지만, 당장 오는 9월 28일 열리는 총무원장 선거는 직선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현 종헌종법의 간선제로 실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앙종회와 24개 교구에서 선정한 10명으로 구성된 321명의 선거인단이 간접선거할 경우 중앙종회를 장악한 자승 전 총무원장 지지세력에서 또 총무원장이 나올 확률이 매우 높다. 조계종의 분열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이유다.

2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열린 전국승려대회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종단개혁을 촉구하고 있다./이호재기자2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열린 전국승려대회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종단개혁을 촉구하고 있다./이호재기자




2715A30 조계종 내분 일지


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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