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김병준 "소득성장, 국민 더 불행하게 만들어...민간 주도 새 모델 고려를"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 인터뷰>

책임질수 없는 상태서 집권에 혈안...ILO 임금주도 성장 그대로 가져와 경제 악화

이해 세력에 포획돼 옴짝달싹 못해...文정부, 신념보다 유연성 발휘 필요

장관 한두 자리 주는 게 협치 아냐 정책 전환 통해 진정성 보여줘야

비핵화 없이 판문점선언 비준 반대...비대위, 전반적 계획대로 가고 있어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성장모델’을 거듭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으로는 경제가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과 함께다. 김 위원장은 “대한민국의 모든 것이 가라앉고 있다”며 “우리 사회가 다시 한 번 성장을 이야기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과거의 국가 주도와 달리 이제는 시장 주체와 시민사회가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취임 직후 정부의 과도한 시장·시민사회 개입을 우려하며 ‘국가주의’ 논쟁에 불을 댕긴 바 있다. 그는 “행정·관료 권력, 그리고 정치권력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완장을 차고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시장의 자율성을 높게 살 때가 됐다”고 밝혔다.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반대의 뜻도 분명히 했다. 정책의 부작용 때문은 물론이고 애초 한국의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성장모델이라는 이유에서다. 김 위원장은 “소득주도 성장은 국제노동기구(ILO)의 임금주도 성장 개념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 아니냐”며 “책임질 수 없는 상태에서 집권에만 혈안이 돼 남의 모델을 가져다 쓰니 성장이 둔화되고 국민이 불행해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앞으로는 제대로 된 성장 구상을 만들어 격돌하고 국민에게 호소한 뒤 정권을 잡아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임기 말까지 (여론과 언론에) 계속 얻어맞다가 죄지은 사람처럼 청와대를 떠나는 일이 벌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김 위원장은 정부가 쉽게 소득주도 성장을 포기할 수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형 노조를 비롯한 지지기반, 즉 ‘이해관계 세력’에 이미 포획돼 운신의 폭이 좁다는 이야기다. 그는 “소득주도 성장을 폐기하고 새 정책 방향을 모색할 수 있느냐를 봤을 때 ‘어렵다’고 본다”며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간 불화설을 두고는 대통령의 역할을 강조했다. 참여정부에서 정책실장을 지낸 김 위원장은 “청와대와 부처 간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결국 대통령의 뜻을 따르게 돼 있다”며 “그래서 지도자가 유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이 자기 신념에만 갇혀 있으면 천하의 제갈공명도 설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떠냐’는 질문에는 “인권·환경 등에 있어 신념이 강한 분”이라고 짧게 답했다.


야권 인사를 포함하는 청와대의 협치내각에 대해서는 정부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가 없는 한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권은 청와대의 협치내각 제안에 ‘경제위기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해왔다. 김 위원장은 “장관 자리 한두 개 주는 것을 협치라고 보면 오산”이라며 “청와대가 전부 다하는데 한국당에서 장관이 간다 한들 거기서 뭘 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을 폐기하고 새로운 정책 방향을 모색한다는 수준의 진정성을 보여주지 않는 한 의미 없는 논의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탈원전 문제나 남북관계같이 견해차가 큰 부분도 있어 협치를 쉽게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대안 모색, 새 성장 정책의 도입 등에 있어서는 얼마든지 흔쾌히 협조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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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의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동의 요청에는 ‘선(先) 비핵화’를 전제로 내걸었다. 문 대통령은 오는 9월에 3차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16일 여야 5당 원내대표들과의 오찬에서 4·27판문점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을 재차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 과정을 우리가 확인할 길도 없고 비핵화 자체가 굉장히 느린데 어떻게 쉽게 해줄 수 있겠느냐”며 “비준하면 정부가 당장 도로와 철도를 지원하는 예산안을 내놓을 텐데 비준까지 하고 그때 가서 (야당이) 협조를 안 해주면 비판만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비대위원장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국가주의’라는 가치 논쟁을 점화하고 당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막말·계파 갈등도 가라앉았다는 점에서 당 안팎에서는 “비대위가 안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큰 담론을 던져 그 안에 당의 정책을 정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혁신안을 내놓자는 구상이었다”며 “대체로는 내가 계획한 대로 가고 있다”고 자평했다. 인적청산이 지지부진하고 당 지지율은 여전히 답보 상태라는 지적에는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사람들을 잘라냈다면 지지율이 달라졌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한번 쉽게 (지지율이) 올라갔다가 쉽게 내려오는 것보다 기본을 다지는 게 중요하다. 지금 지지율에 일희일비하면 근본적인 개혁은 물 건너간다”고 힘줘 말했다.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해서는 다소 모호한 답변으로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비대위원장을 빨리 마치고 어디 가서 쉬고 싶다. 한국당의 차기 당권에는 관심이 없다”면서도 ‘그 이후를 보는 거냐’는 질문에는 “내가 절대 아니라고 하니 우리 의원들이 힘 빠지니까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하더라”며 말을 아꼈다.
/송주희·박우인기자 ssong@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송주희·이호재·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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