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비핵화 없으면 대가 없다는 트럼프의 경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이 발표 하루 만에 취소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한반도 비핵화에 충분한 진척이 없다”며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중단하라고 전격 지시했다.


북핵 협상의 돌파구로 기대됐던 폼페이오의 방북이 연기된 것은 현재의 교착국면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스럽다. 특히 북핵 협상의 성과를 강조하며 낙관론을 펼쳐왔던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으로 대북 협상에 불만을 표명한 것은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북미 간 실질적인 의미를 담은 물밑 대화가 사실상 실패하면서 또 다른 국면 전환에 나섰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중국이 북한과의 교역량을 늘려 대북 제재에 구멍이 발생했다며 미중 무역전쟁을 연계시킨 점도 관련 당사국들의 책임 있는 자세 전환을 촉구한 측면이 크다. 비핵화가 없으면 대가도 따르지 않는다는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북한과 중국 모두에 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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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다음달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우리 정부다. 외신들은 벌써 미국의 변심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어려운 숙제를 안겼다며 미국과의 균열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9월 종전 선언까지 목표로 삼았던 문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 때 북핵 문제에서 ‘충분한 진척’을 이끌어내야 하는 부담을 떠안은 모양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또다시 만나 북핵 포기를 설득하고 북미 협상의 실질적 촉매제 역할을 못한다면 회담 무용론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설 등 비핵화와 별개로 진행해온 대북 교류에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럴 때일수록 북핵 협상의 당사자인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조치가 수반돼야 남북관계도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명한 인식 아래 대북 압박 전선에 균열을 초래할 수 있는 일은 자제해야 마땅하다. 견고한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비핵화 협상이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우리 정부의 현명한 대처가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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