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과열로 박원순 서울시장의 용산·여의도 개발 계획이 전면 보류되면서 경전철 4개 노선 조기 착공 등 박 시장의 ‘옥탑방 플랜’에도 차질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토교통부와 협의해야 할 사안이 많은 상황에서 김현미 장관이 또다시 공개적으로 ‘속도 조절’ 필요성을 거론했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2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박 시장이 비강남권 경전철 4개 노선을 조기 착공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경전철은 서울시가 아니라 국토부가 승인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국토부가 도시철도망 구축계획 확정 고시를 내고, 이후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야 하는 등 다양한 절차를 거쳐야 경전철을 착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도시철도사업은 가시화되기까지 상당히 긴 시간이 걸리므로, 과도한 기대를 갖고 그 지역에 자본이 유입되는 건 서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이런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면목선·목동선·우이신설선 연장선·난곡선 조기 착공 발표 이후 목동 등 경전철 예정지 인근 집값이 들썩이자 이를 경계하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 계획대로 경전철을 착공하려면 국토부의 협조 아래 국비가 1조원 이상 투입돼야 한다. 4개 노선 총사업비가 2조7,800억원가량인데, 이 중 시비로 60%(1조6,800억원)를 부담하고 국비 40%(1조1,200억원)를 지원받아야 한다.
서울시는 박 시장이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에서 한 달간 거주하며 짠 강남·북 균형발전 계획은 계속해서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기 착공을 추진하는 비강남권 경전철 4개 노선은 민자로 계획했으나 사업성(BC·비용 대비 편익)이 나오지 않아 미뤄진 곳들”이라며 “사업성이 안 나온다고 그대로 두면 철도는 강남지역에만 새로 놓이게 된다”고 비강남권 도시철도 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다른 서울시 관계자도 “교통 등 인프라 투자를 통한 강북 발전은 불균형 해소를 위해 포기할 수 없는 어젠다”라며 “철도 신설은 10년 앞을 보고 가는 계획이기 때문에 단기적 부동산값 상승과 엮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로서는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 발표가 전면 보류된 상황에서 경전철 착공 계획이 집값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일각의 비판이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비강남권 4개 노선을 재정사업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도시철도 종합발전방안’ 2차 계획을 오는 12월께 발표한다. 현재 서울연구원에서 종합발전방안 수립을 위한 연구 용역을 하고 있다. 이후 시민 의견 청취, 서울시의회 보고를 한 뒤 국토부에 경전철 승인 요청을 할 계획이다. 국토부 승인이 나면 노선별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거치는 기재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가 늦어지면 착공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문제없이 경전철 신설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완공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10년 뒤인 2027∼2028년으로 예상된다. /홍승희인턴기자 shhs950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