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멕시코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개정을 위한 양자 협상을 타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주요 무역정책이었던 나프타 재협상이 멕시코와 합의를 이뤄내면서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실리를 거둘 수 있게 됐다. 나프타 최종 개정을 위해서는 남은 회원국인 캐나다가 잠정 합의안에 동의하는 일이 남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나프타 개정 합의를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모습을 언론에 공개하고 “오늘은 무역에 있어 중요한 날”이라며 협상 타결을 축하했다. 그는 특히 양국 간 협상 결과에 대해 “양국 모두에 정말 좋은 거래”, “훨씬 더 공정해진 거래”라며 큰 만족감을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도 “멕시코와의 멋진 빅딜”이라는 글을 올렸다.
니에토 대통령은 “힘든 과정이었지만 멕시코와 미국은 합의에 도달했다”면서 앞으로 캐나다가 참여해, 나프타가 현행과 같은 3자 체제를 이어가길 기대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당선인 측도 “경제의 불확실성을 없애는 긍정적인 합의”라며 “에너지와 노동자 임금 분야에서 진전이 있었다”고 환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멕시코 협상 타결을 지렛대 삼아 캐나다에 강한 압박을 가할 방침이다. 그는 “캐나다와도 곧 협상할 것”이라며 저스틴 트뤼도 총리와 최대한 이른 시간 내에 통화하겠다고 말했다. 캐나다는 미국과의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교부 장관은 28일 미국 워싱턴DC로 건너가 협상 테이블에 앉을 예정이다.
양국은 협상의 주요 쟁점이었던 △자동차부품 원산지 규정 △일몰조항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등의 분야에서 큰 틀의 합의를 끌어냈다. 우선 멕시코에서 생산된 자동차가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되기 위한 조건인 나프타 역내 부품비율이 현행 62.5%에서 75%로 상향됐고, 최저임금(시간당 16달러) 노동자 생산 비중은 40∼45%로 결정됐다. 최저임금 노동자 생산 비중 상향은 미국에 있는 공장이 인건비가 싼 멕시코로 이전하는 현상을 막으려고 미국이 제시한 협상 카드였다. 일몰조항의 경우 미국은 애초 5년 단위로 재검토를 해 협정을 연장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파기되는 것을 요구했으나 한발 물러서 최종적으로 6년마다 협정을 재검토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이밖에 멕시코는 미국의 요구대로 반덤핑 분쟁해결 위원회를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캐나다가 위원회 유지를 주장해온 터라 향후 캐나다와의 협상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11월 말 퇴임하는 니에토 대통령 임기 내 양국 의회 비준 절차를 끝낼 계획이다. 내친김에 캐나다와도 금주 내로 협상을 마무리 짓겠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