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8일이 입대일이었으나 군대에 가지 않았습니다. 오랜 결심을 실천하는 날입니다. 저는 병역을 거부하겠습니다.”
흔히 ‘양심적 병역거부자’라고 하면 집총을 거부하는 특정 종교인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6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입영 거부를 선언한 프리랜서 사진가 김민(25·사진)씨는 집회·시위 현장에서 공권력의 폭력성을 목격한 후 병역을 거부하기로 결심했다. 김씨는 29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양심의 자유 같은 거창한 대의명분이 아니더라도 병역을 거부하는 이들이 범죄인이 되지 않고 국가와 사회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체복무 방안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프리랜서 사진가인 그는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설립 반대 시위를 비롯해 세월호 집회, 해고노동자 집회 등을 쫓아다니며 현장에서 공권력이 시민과 충돌하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 김씨는 “기울어진 시스템에서 희생당한 수많은 개인의 삶을 목격하며 곁에서 사진을 남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입영 거부는 ‘폭력의 일부가 되지 않겠다’는 저항의 실천”이라고 말했다.
근래 들어 크게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군대 조직의 비민주성도 김씨가 입영 거부를 결심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수감생활에 대한 고민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감옥과 달리 군대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목숨에 대한 위협을 느꼈다”면서 “‘윤일병 사건’처럼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도달했다”고 고백했다. 김씨는 “연예인은 군 특혜를 받고 군 내의 각종 사고와 비리 사건은 끊임없이 뉴스를 장식하는 상황을 보면 힘없는 일반 병사들은 ‘소모품’처럼 죽어 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런 군대는 거부하겠다’는 말을 누군가는 계속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종교적 신념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6월 입영 소집에 불응하면 처벌하도록 한 병역법 제88조 1항에 대해 합헌으로 결정하면서 대체복무제를 병역의 종류로 규정하지 않은 같은 법 5조 1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에 따라 정부는 ‘대체역’을 도입하는 한편 복무기간을 36개월로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하급심에서 무죄 판결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대법원은 30일 공개변론을 연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 헌재의 결정과 하급심 판결 추세를 고려해 기존의 판례를 바꿀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씨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합리적인 대체복무제가 도입되기를 기대했다. 그는 “병역거부자 수백 명이 수감 중인데 사회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이라며 “대체복무제를 개선하면 사회 구성원 전체의 혜택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