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들이 결국 브라질에서 장기 손실의 늪에 빠졌다. 정치적 불안정에 따른 환율 하락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10월 대통령선거까지 투자 자제를 권하지만 여전히 저점 매수에 베팅하는 투자가 이어져 우려가 제기된다.
3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30일 기준 브라질펀드의 한 달 성과는 -12.49%다. 같은 기간 러시아(-5.81%), 중국(-5.08%) 보다 두 배 이상 손실 규모가 크다. 최근 6개월, 1년간 성과는 -28.13%, -16.76%에 달했다. 장기 성적은 더욱 저조하다. 한때 수익률이 40%에 달하기도 했지만 하락 시 내림세가 워낙 큰 탓에 최근 5년 손실은 -18.98%로 추락했다.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은 브라질 펀드가 이처럼 하락한 이유는 환율 하락에 따른 증시 폭락 때문이다. 올해 들어 미중 무역분쟁으로 브라질·터키·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국가의 환율은 연저점 수준까지 하락했고 이 중 헤알화 환율은 1년간 약 27% 내려앉았다. 30일에는 267.33원으로 최근 10년간 가장 낮은 수치로 곤두박질쳤다.
환율 하락은 채권 투자에도 영향을 미쳤다. 신흥국 채권은 두 자리 금리를 유지해 장기 투자처로 인기가 높다. 그중 브라질 국채는 외환 건전성이 높아 환율 고점이던 지난해 1·4분기에만 국내 증권사에서 1조원 넘게 팔리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헤알화가 예상 이상으로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의 채권 가격은 1년 사이 30% 가까이 급락했다. 환손실이 이자수익을 압도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저가 매수’를 노린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올 들어 주요 증권사에서 판매된 브라질 국채는 1조원을 넘는다. 같은 이유로 브라질뿐 아니라 터키·아르헨티나 등 부도 위기에 몰린 신흥국에 대한 관심도 여전하다.
하지만 주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우려를 나타낸다. 브라질이 터키 등 다른 신흥국에 비해 외환보유액이 충분해 대외건전성은 높지만 여전히 경상 적자, 대통령선거 등 확인해야 할 사안이 산재한 만큼 환율이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10월 대통령선거 이후로 투자 시점을 연기하라”는 조언이 이어진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브라질 주식형 자금이 다른 신흥국에 비해 유출 강도가 강했지만 환율과 관계를 고려하면 추가적인 자본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브라질 환율 급락의 원인은 정치 불확실성이 큰 만큼 10월 대선까지 보수적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고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