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기업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하고 사장은 종업원에 대한 간섭을 줄여나가야 하며 부모는 자식에게 간섭하지 말아야 합니다. 성과 중심의 사회에 살던 기성세대는 자칫 과거의 기준으로 현재를 재단하려 들기 쉽습니다. 우리 사회가 좀 더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로 바뀌어야만 도전정신이 다시 살아날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도전정신 확산에 힘을 쏟아온 김병도(60·사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가 좀 더 자유로워져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지난 3월 우리 사회에 도전정신이 옅어지는 것을 우려한 내용을 담은 ‘도전력(해냄 펴냄)’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그는 “기성세대는 헝그리 정신이 없다고 젊은 세대를 탓하지만 요즘 세대는 임금이나 출세 등 외재적 보상에 이끌리지 않는다. 대신 가족·취미생활 등 삶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내재적 보상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기업에서 업무시간의 20%는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직원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유로운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신제품은 늘 여유로운 생각과 실수하는 과정에서 나왔다는 경영의 역사를 되짚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병도 교수는 “1970~1980년대 한국의 고도 성장기를 돌아보면 위험한 경영 환경이었지만 기업들은 세계 10위권에 드는 경제부국의 기틀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요즈음 기업에 가보면 외부적 요인 탓에 경영이 어렵다는 볼멘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다. 각종 규제를 비롯해 금리·환율 등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에 대해 에둘러 남 탓을 하기보다 담대하게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장애물이라고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 탓하기 바빠 정작 스스로 도전정신을 키우는 데는 소홀한 것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10대 기업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의 경영 시스템을 갖출 정도로 단단하게 성장해왔다. 그러나 더 이상 모험하지 않고 주춤하는 형국”이라면서 “위험성을 회피하려고만 하고 과감하게 뚫고 나가려는 자세가 약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도전정신이 뒤처지는 것은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기업의 규모를 기준으로 한 지원정책은 자칫 중소기업을 도전 대신 안주하게 만들기 십상”이라면서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중소기업이 나오지 못하는 것은 기술과 품질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의 경우 역량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도전적인 진로를 선택하고 스타트업을 만들려고 뛰어들지만 우리는 인재일수록 안정된 진로를 선택한다”면서 “우수한 인재가 ‘SKY 대학’을 인생의 첫 관문으로 삼고 의사·판검사 등 20세기형 직업에 자신의 인생을 거는 세태는 국가의 미래에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2000년대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성공한 벤처 기업인들이 도전을 멈춘 채 안주하고 있지만 미국의 벤처 생태계에서 살아남은 기업은 작은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더 큰 목표에 도전하는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면서 “모험에 도전할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새로운 산업을 열어나간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최고경영자(CEO)를 도전적인 인물로 꼽았다. 그는 “로봇 전문 기업인 보스턴다이내믹스 등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기업을 적극적으로 인수하는 손정의는 일본에 안주하는 인물이 아니다”라면서 “세계로 나아가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도전정신이 바로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정부에 대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복잡한 규제가 기업의 경영 활동에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규제를 줄여 보다 자유로운 경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일자리를 만들기보다 도전적인 사회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면서 “대신 불공정한 시장의 감시 감독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글·사진=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indi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