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맞은편 6층 규모의 한 빌딩은 현재 절반 가량이 공실이다. 한때 억대의 권리금을 주고서라도 들어가겠다는 이 건물 1층은 반 년째 텅 빈 상태다. 임대료를 낮추면 될 것 같지만 빌딩주도 고민이 많다. 투자비에 매달 나가는 이자까지 생각하니 손실이 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서울 핵심 상권이 종로 상권이 기울어가는 서울 대표상권으로 변하고 있다. 종로 상권을 대표하는 ‘젊음의 거리(구 피아노 거리)’는 물론 파고다어학원, 한솔요리학원 등 굵직한 학원이 밀집돼 있는 이곳에서 예전의 생기를 찾아볼 수 없다. 휴대전화 매장이나 프랜차이즈 피자집 등이 빠져나간 대로변 상가 곳곳에는 ‘임대’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종로상권의 임대료가 치솟으면서 상인들이 떠났고, 맛집 거리 1번지로서의 명성을 주변인 서촌과 북촌에 뺏겨버린 것이다.
3일 한국감정원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4분기 종로의 공실률은 21.4%로 광화문·동대문·명동·서울역·충무로 등 6대 도심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서울 지역 전체 평균인 12.1%에 비교했을 때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지난해 4·4분기까지만 해도 11%에 불과했던 종로의 공실률은 올해 1·4분기 20.1%로 치솟은 뒤 꾸준한 상승 추세다.
전문가들은 종로 상권 몰락의 가장 큰 이유로 높은 임대료를 꼽는다. 그랑서울, 센트로폴리스와 같은 대형 오피스가 신규 공급되면서 임대료가 치솟았다. 이에 상인들이 광화문, 명동 등으로 더 낮은 임대료나 더 좋은 영업 환경을 찾아 떠났다.
실제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4분기 기준 종로의 3.3㎡당 평균 임대료는 3만 1,500원 수준이다. 서울 전체 지역에서 가장 높다. 서울 전체 평균인 2만 2,400원보다 3.3㎡당 9,100원 비싸고, 인근인 명동(2만3,300원)보다는 8,200원 비싸다. 지난 6월 임대료 문제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궁중족발’ 사태가 바로 종로에서 일어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종로 주변 서촌, 북촌 등에 이색 골목 상권이 생기면서 고객들의 발길마저 끊긴 것도 종로 상권의 지위를 흔들고 있다. 이에 더해 학원 수강생들은 더 이상 종로가 아닌 홍대, 강남을 찾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인들은 물론 건물주들도 비상이 걸렸다. 최근에는 권리금을 아예 없애거나 임대료는 비싸게 유지하되 수 개 월 기간 동안 무료로 공간을 제공하는 ‘렌트프리(Rent-free)’도 더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종로가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익선동이나 서촌·북촌과 같은 자신만의 컨셉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강재성 메이트플러스 이사는 “인스타그램 맛집이 많아서 젊은 층을 끌어들인다거나, 골목컨셉과 같은 나름의 컨셉을 갖추지 않는 이상 당분간 종로 상권, 특히 관철동의 공실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