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코리안 드림' 특집기사로 다룬 태국 언론

태국에서 한국 내 태국인 불법체류 문제가 논란을 일으키는 가운데 현지 유력 일간지 방콕포스트가 이를 1면 등에 특집기사로 다뤄 눈길을 끈다.

방콕포스트는 2일자 1면과 3면에서 돈 욕심에 한국 내 불법취업을 강행했던 현지인들의 경험담과 함께 불법 이민자 문제 때문에 늘어나는 태국인 입국 거부 사례 등을 보도했다.

한국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는 태국인들은 인터뷰를 통해 더 많은 임금을 받으려 불법 취업하려는 태국인에게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는 충고를 던졌다. 방콕에서 IT용품 판매점을 운영하는 푸와돈 림디씨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브로커의 달콤한 말을 듣고 한국에서 불법취업을 했다가 겪은 고초와 추방되기까지의 과정을 털어놨다.

그는 부모님의 전답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받아 돈을 브로커에게 준 뒤 한국에 와서 휴대전화 공장과 도금 공장, 시골 농장 등을 전전했지만 돈도 별로 벌지 못한 채 추방당했다고 전했다. 임금체불과 하루 13시간 이상의 고강도 노동, 비싼 의료비, 숙식을 제공하지 않는 일터에서 감수해야 했던 살인적인 물가 등이 특히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농장에서 새벽 3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했다. 도금 공장에서는 불법 취업자인 우리의 건강과 안전은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두 달간 일한 뒤 몸이 아팠고 피도 토했다”라며 “하루 병원비가 월급보다 많아 병원에 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신문은 이렇게 푸와돈씨처럼 ‘코리안 드림’을 꿈꾸다가 쓴맛을 본 태국인들이 늘고 있지만 가끔 나타나는 성공 사례가 불법취업을 더욱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우돈타니에 사는 통(54·여)씨를 한국의 농장에서 4만바트(약 140만원)의 월급을 받으며 7년 동안 불법 취업을 한 성공 사례로 소개했다. 그녀는 운이 좋아 친절하고 숙식도 제공하는 고용주를 만났고, 불법체류자 단속 정보도 사전에 입수해 피신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국 내 불법 이민자 문제는 태국에서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기준 국내 불법체류자는 31만2,346명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가운데 태국인이 10만명 이상으로 사증 없이 입국한 불법체류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 한국 정부가 불법체류자 문제로 태국과 비자면제협정 폐기를 검토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태국 내에서는 자성론이 일고 있다. 태국 정부가 불법체류 브로커를 단속하는 등 문제 해결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성공한 몇몇 사례만 바라보며 위험을 감수하려는 움직임을 전부 막는 것이 어렵다는 게 현지 관리들의 의견이다. 이민당국도 외국 여행을 간다는 자국민의 출국을 강제로 막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태국 고용청장인 아누락 톳사랏은 “한국 당국이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데, 한국의 최저임금이 오르면 한국 내 불법취업을 미끼로 내건 브로커들이 더 많은 사람을 유혹할 것”이라고 우려를 보였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