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12년 이후 6년 만에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서기로 하면서 과거 ‘쓴소리’를 자주 내뱉었던 이 대표가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이 대표가 4일 국회 연설을 끝마치자 정치권에서는 야당 대표였던 6년 전과 비교해 발언의 수위나 내용 모두 확연히 달라졌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야 하는 집권여당의 대표로 신분이 바뀐 만큼 보수세력과 야당에 대한 비판은 자제하는 대신 협치 메시지를 강조했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과거 민주통합당 대표이던 2012년 9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명박·새누리당 정권의 연장으로는 국민 모두가 함께 행복한 새로운 세상을 이룰 수 없다”며 당시 정부 여당을 정면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명박·새누리당 정권은 과거의 구태를 하나도 버리지 못하고 돈 정치, 정실인사, 정경유착, 정치검찰, 부정부패 등 구시대 유물을 역사의 무덤에서 다시 꺼내 들고 나왔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특히 박정희 정권의 유신체제까지 거론하면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정조준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6년이 흘러 여당 대표로 단상에 오른 이 대표는 연설문에서 날 선 비판과 거친 표현은 최대한 자제했다. ‘박정희 독재’나 ‘국정농단’과 같은 직접적 표현은 한 차례에 불과했다. 선진국 진입의 필수관문으로 ‘적폐청산’을 꼽기는 했지만 보수야당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다. 대신 ‘대화’와 ‘타협’ ‘합의’ ‘설득’ ‘협치’ 등의 단어를 써가며 야당과의 협치 의지를 강조했다.
이러한 변화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야 하는 여당 대표의 녹록지 않은 현실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생경제법안을 포함한 입법과제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날 선 비판과 거친 표현으로 굳이 야당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