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지방 中企 글로벌화로 지역경제 살릴 때

권평오 KOTRA 사장

지자체·산단공 등 공공기관 협업

지역별 특화산업 수출지원 늘려

한국판 '히든 챔피언' 육성해야

권평오 KOTRA 사장



“해외시장에 진출하려면 최신 정보가 필요하다. 새로 부상하는 제품 정보를 제공해달라.” “개별기업이 신흥국 바이어의 진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바이어 신뢰도 검증을 도와 달라.” “기업 수요가 높은 지사화 사업을 확대해주면 좋겠다.” “기존 방식에 비해 높은 비용과 불편을 감수하면서 수출 바우처를 써야 하나. 서비스 개선이 필요하다.” “중소기업 인력난이 심각하다. 좋은 인력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무역인 양성교육을 늘려 달라.”

틈날 때마다 방문한 중소수출기업들로부터 들은 얘기다. 갈수록 힘겨워지는 무역환경으로 기업의 니즈도 점점 다양해지고 고도화되고 있다. 특히 지방 중소중견기업들의 목소리는 한층 절박하다. 수도권에 비해 시장정보·지원제도·인력수급 등에서 이중삼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더 안타깝다.


그런데 지방 중소기업들의 사업환경은 나라마다 많이 다른 것 같다. 독일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의 지방 중소기업들을 방문해보면 우리 기업들과 많이 다르고, 특히 고유의 강점을 갖고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놀랄 때가 많다. 그래서 부러움을 느끼는 한편으로 ‘우리 지방 중소기업들은 왜 저들처럼 글로벌 강소기업이 되기 힘들까’ 하는 의구심을 품은 적이 많다.

독일 히든챔피언 기업과 일본 강소기업 중에는 수도권 아닌 지방에 기반을 둔 곳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수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을 지향하면서 상당한 성장잠재력을 발휘해 지역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기업의 성장가치가 높기 때문에 지방인데도 젊은이들이 구직을 위해 몰려든다. 극심한 청년 취업난과 지방 중소기업의 구인난을 동시에 겪고 있는 우리나라와 대조적이다.


이들 사례는 우리 지방 중소기업이 나아갈 길을 제시해준다. 지방에 소재한 우리 중소기업들은 수도권에 비해 수출활동을 하는 곳이 매우 적다. 또 규모가 영세하고 기업의 성장잠재력도 약하다. 이들 지방 중소기업의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첩경이며 나아가 우리나라의 수출을 늘리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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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각에서 KOTRA는 9월부터 광역지자체 단위로 설치된 지방지원단 조직을 대폭 강화했다. 기존의 11개 지방지원단 인력을 2배로 늘리고 경기북부지원단도 신설했다. 그런데 지방 중소기업 지원은 KOTRA 등 공공기관 혼자의 힘만으로는 안 된다.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성하는 분야별 유관기관들이 유기적으로 협업해 지방 중소기업들의 기업활동과 글로벌화를 지원해야 한다. 이것이 지난 2013년 KOTRA와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상호 협력해 각 지방 중소벤처기업청에 원루프(one-roof) 시스템을 구축한 목적이기도 하다.

이런 원루프 시스템을 더 잘 작동시켜 지방 중소기업의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KOTRA는 중소기업수출지원센터·지자체·산업단지공단 등 유관기관과 협업해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고 지역별 특화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적극 육성할 것이다. 또 외국 기업과의 기술 및 자본 협력, 인적교류 등을 확대해 지방 중소기업들의 글로벌화를 적극 지원할 것이다.

지방 중소기업의 글로벌 역량이 높아지면 수도권과의 지역 격차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심한 지역 불균형으로 경제성장 잠재력이 잠식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국가 균형발전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9월에 중앙과 지방정부가 합동으로 균형발전박람회를 개최해 투자유치 및 고용창출을 통한 지역경제 살리기에 힘쓴다.

지금이야말로 지방 중소기업의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할 때다. 유관기관들이 빈틈없는 협업지원 시스템을 갖추고 지방 중소기업들을 지원하면 우리도 독일과 일본 같은 글로벌 강소기업을 많이 키워낼 수 있다. 지방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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