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문화

[SE★인터뷰] ‘오!캐롤’ 주병진, “뮤지컬은 무대예술의 최고봉..인생의 마지막 도전”

‘오! 캐롤’은 “내 이야기다..긴 삶 동안 응축된 ‘한’ 담겨“

“인생에 있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

희망사항 “뮤지컬 배우 같아” 란 관객 평가 나오길

방송인 주병진이 데뷔 41년 만에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주병진은 1990년대 MBC 예능 버라이어티 ‘일밤(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부흥기를 이끌고 토크쇼 MC로 최고의 인기를 누린 베테랑 방송인.

40년 가까이 코미디쇼와 토크쇼부터 여러 사업과 운동 등 다방면에서 활약해 온 베테랑 방송인인 그에게도 뮤지컬 무대는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최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성공과 실패라는 결과를 떠나서 목표가 있어서 행복하고, 이겨냈을 때 다른 행복이 나를 찾아줄 거라고 믿어요.”라며 도전 이유를 설명했다.




연예계 대부, 주병진이 올에이지 히트 팝 뮤지컬 ‘오!캐롤’의 주연배우로 전격 뮤지컬에 데뷔했다./사진=양문숙 기자연예계 대부, 주병진이 올에이지 히트 팝 뮤지컬 ‘오!캐롤’의 주연배우로 전격 뮤지컬에 데뷔했다./사진=양문숙 기자



“다양한 분야에 지속적으로 도전을 해왔어요. 뮤지컬은 한 번도 발을 들이지 않은 분야였죠. 제안을 받으니까 유혹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어요. 높은 산, 또 높은 벽일 줄은 알았지만 ‘너무 높은 산에 오르려고 하는 게 아닐까?’라는 불안함도 생기던걸요. 인생에서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도전했습니다. 첫 공연 전에 청심환을 먹고 무대에 올랐을 정도로 떨렸어요.뮤지컬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나더라도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고 싶었습니다.”

주병진이 첫 도전장을 내민 ‘오!캐롤’(연출 한진섭)은 유명한 스타였으나 현재는 리조트의 사장과 간판 MC로 활약하며 서로에 대한 마음을 감추고 가슴앓이를 하는 허비와 에스더의 파라다이스 리조트에 사랑에 고민하는 주인공들이 찾아오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극이다.

2016년 초연 이후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한 ‘오!캐롤’은 팝가수 닐 세다카의 음악을 주크박스 형식으로 엮었다. ‘오 캐롤(Oh Carol)’, ‘유 민 에브리씽 투 미(You Mean Everything to Me)’, ‘원 웨이 티켓(One Way Ticket)’, ‘스튜피드 큐피드(Stupid Cupid)’ 등 중·장년층을 추억에 젖게 하는 닐 세다카의 히트 팝, 젊은 층이 한 번쯤 들어 봤을 만한 익숙한 멜로디로 흥겨운 무대를 선사한다.

주병진은 극 중 리조트 주인 에스더를 오랜 시간 짝사랑하며 그의 곁을 지켜 온 남자로, 리조트 쇼 MC 허비 역으로 나섰다. 그는 “허비라는 인물에게서 긴 삶 동안 응축된 ‘한’ 같은 것들이 묻어 나는 느낌이 들었다. 거기에 MC 역할까지도 실제 내 모습과 맞아떨어지는 것을 보고는 ‘내 이야기다’ 싶었다”며 운명처럼 다가운 뮤지컬과의 만남을 이야기했다.

뮤지컬은 그동안 그가 경험했던 쇼무대나 개그를 선보였던 무대랑은 다를 거라는 걸 익히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경험한 뮤지컬 무대는 베테랑 방송인도 당황하게 만든 ‘또 다른 신세계’ 였다고 한다. 주병진은 “첫 공연 때 제가 오랜 세월 봐 왔던 관객과 다른 반응이 나와서 당황했다”면서 “ ‘왜 반응이 없지, 여기가 절간인가’라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였다”고 당시 느낌을 전했다.

“방송은 저 혼자 잘하면 되고 돌발상황에서 제 개인기로 밀고 갈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뮤지컬은 배우들과의 호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작품 전체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반응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걸 체감했어요. 그래도 두 번째 공연 때는 관객을 바라보고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병진은 “단순한 호기심으로 뮤지컬에 도전하는 건 아니다”고 당찬 각오를 전했다. 그가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본 뮤지컬은 ‘캣츠’였다. 이후 ‘미스 사이공’도 관람했다. 한국에서도 ‘오페라의 유령’ 공연을 직접 보러갔다. 그는 “공연을 볼 때마다 너무나 매력적이고, 무대 장치들이 너무 충격적이었고 놀라웠어요. 그런데 이렇게 직접 출연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죠”라며 스스로의 도전에 놀라움을 전했다.


무엇보다 노래와 연기, 춤 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것은 물론 동선까지 정확하게 찾아가야 하는 뮤지컬 배우의 역량에 매번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첫 공연을 마치고 만감이 교차했다는 그는 집 잔디를 낫으로 직접 깎으면서 노래 연습을 했다는 일화도 들려줬다. “이렇게 피를 보면서 연습했어요”라며 위트 있게 말을 이어간 주병진은 “뮤지컬은 끝없는 자기와의 싸움이다”며 잘 소화해내고 싶음을 피력했다.



“ 연습을 하면서 ‘내가 넘지 못하는 벽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노래하면서 춤 춰야죠, 거기다 연기하면서 자기 위치까지 찾아야 해요. 상대 배우와 호흡을 맞추면서 공연 시간도 딱 맞아야 하고요. 뮤지컬은 절대적인 약속과 호흡이 필요한 장르더라구요, 무대에 오르니까 모든 게 혼란스럽더군요.”

주병진의 머릿 속은 온통 뮤지컬 ‘오! 캐롤’ 생각 뿐이다. “무대 예술에서는 뮤지컬이 최고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감히 해봤다”고 말한 그는 “목표에 도전한다는 것이 행복했다”고 털어놨다.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온통 무대 동선, 가사, 춤 밖에 생각나지 않는 순간들이었어요. 첫 공연을 마치니까 이제야 무대 위에서 숨만 쉴 정도로 적응을 했어요. 이제야 노랫말이 입에 붙기 시작했고, 가사를 하나도 안 틀리는 것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같이 하는 팀원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았다는 생각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어가고 있어요.

‘오! 캐롤’ 팀 모두 주병진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존재다. 특히 같은 역할을 맡은 서범석, 성기윤, 윤영석 뮤지컬 선배들은 한 마음으로 주병진을 응원하고 있었다.

“허비 역 세 분은 쉬는 날에도 다 나와서 날 케어해 줬어요. 허비 세 사람 덕분에 많은 힘을 얻을 수 있었어요. 앙상블의 어린 친구들도 다 선배인데 제가 나갈 때마다 ‘할 수 있어요’, ‘보기 좋았어요 ’라고 격려 해주는 데 너무 힘이 되는 거예요. 격려의 말을 지속적으로 들을 때 다시 용기를 얻어요. 실수한 것에 대해선 다들 아무 소리 안 해요. 그럼 제가 먼저 ‘잘할게요’ 하죠. 언젠가는 보답해야 할 분들이 많습니다. 뮤지컬을 떠나 보답해야 해요.”

주병진은 꾸준히 발성 연습을 하고 노래 레슨을 받으며, 조금씩 뮤지컬 배우로 거듭나고 있었다. “팀워크가 상상을 초월해 제가 이미 힐링을 받고 있다”고 전하기도 한 주병진은 “하나로 똘똘 뭉친, 이 작품을 사랑하는 배우들이 뿜어내는 열기가 대단하다. 삶에 지쳐 있거나 삶과 싸우고 있는 분들이 오셔서 새로운 에너지를 얻어가기에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렇기에 어느 누가 출연하는 날 오는 게 아닌, 무조건 ‘오! 캐롤’을 보러와도 된다고 자신했다.

“꼭 제 공연을 보러오시라고 말하고 싶진 않아요. 다들 연기를 너무나 잘하는 분들이 무대에 오르기 때문에 어떤 허비를 보시더라도 좋을 것이고요. 굳이 저의 장점이라면, 허비가 처음에 멘트를 할 때, 그나마 방송에서 사회자를 했던 사람이니까 조금은 익숙하게 받아들여 주시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것도 그냥 제 희망 사항입니다. 부족하지만 내 진심을 노랫말에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 모든 노력이 공연이 후반부로 갈수록, ‘주병진이, 나쁘지는 않네’ ‘쟤는 꼭 뮤지컬 배우 같아’라는 말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편, 뮤지컬 ‘오!캐롤’은 오는 10월 21일까지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되고, 이후 12월 22일부터 내년 1월 20일까지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에서 앙코르 공연을 이어갈 계획이다. 배우 주병진 서범석 윤영석 성기윤 김선경 이혜경 박영수 정원영 서경수 등이 출연한다.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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