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0년 우리나라에 펀드가 처음 소개된 이래 수없이 많은 펀드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실제 우리나라는 펀드 개수로는 세계 1위가 된 지 오래고 지금까지 출시된 펀드 수도 1만개를 넘었다. 약 6~7년 남짓으로 추정되는 우리나라 펀드의 평균수명을 보면 과연 어떤 기준으로 펀드를 고르고 투자해야 할지 고민이 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펀드 수익이 장기간 유지되며 전성기를 보낸 상품도 있고 잠시 잠깐 높은 수익률로 주목받았지만 이내 사라진 펀드도 많다. 여기에는 일종의 우연성과 필연성이 작용했다고 설명할 수 있다. 과거 1980~1990년대 고금리시대의 강자였던 공사채펀드, 2005년 이후 저금리시대의 대안으로 ‘1국민 1펀드’의 시대를 열었던 주식형 적립식펀드, 이후 세제혜택과 해외투자 붐을 타고 급격히 성장한 해외주식형 펀드 등은 시장 외 요소가 개입된 우연성의 영역이었다. 또한 시장 환경과 무관하게 투자 원칙이 명확하고 흔들림 없이 지켜졌기 때문에 화려한 전성기를 누릴 수 있었던 펀드는 다분히 필연성의 영역이었다.
금리 상승기라고는 하나 여전히 저금리 투자환경인 지금은 어떠한가. 소위 중위험·중수익을 목표로 한 다양한 대체 펀드가 선보이기 시작했고 어느새 투자시장의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모양새다. 그런데 과거 채권형·주식형 펀드와는 달리 최근 나오는 상품들은 무척 다양한데다 복잡하기까지 하다. 제조업이 온라인과 디지털에 힘입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 ‘롱테일’이 만들어진 것처럼 펀드 시장에서도 전에 없이 다양한 운용전략과 투자대상들이 등장하는 것이다. 이른바 ‘틈새 상품이 대세가 된 시장’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의 상품이 가지고 있는 상대적인 위험성을 측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복잡한 방식으로 운용되는 상품을 일반 투자자가 쉽게 이해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런 점에서 상품을 구조적으로 이해하는 것보다 이런 상품들이 어떤 우연성과 필연성을 배경으로 투자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투자판단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가령 중위험·중수익을 지속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파생투자전략을 적용한 상품, 상장지수증권(ELS)이나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시 고려해야 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새로 만들어진 상품 등이 그런 사례이다.
펀드도 하나의 생명체와 같아 생명을 영원히 지속할 수는 없다. 1960년대부터 무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성기를 누렸던 피터 린치의 마젤란 펀드도 이제는 전설 속의 펀드가 됐다. 그러나 그들이 만든 좋은 원칙과 운용철학은 투자환경의 변화에 따라 수많은 펀드로 계승·발전됐다. 펀드 투자를 생각하는 투자자라면 조금의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펀드 시장의 변화에도 관심을 가져보기를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