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여권 핵심부의 쓴소리]"규제개혁은 생존의 문제...黨靑 시민단체에 휘둘리지 말아야"

프레임 잘못된 소득주도성장, 경제현실 반영 중요

김동연 부총리가 경제정책 총괄해 엇박자 줄여야

국회협조 없이는 개혁 못해...文대통령, 협치 필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과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야권은 물론 여권 핵심부에서도 고언(苦言)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 기대치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만큼 겸손하게 ‘정책실패’에 대해 진단하고 새로운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운영 지지율이 50% 아래로 떨어지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율도 덩달아 영향을 받고 있는 만큼 위기상황을 선제적으로 경고하는 ‘탄광의 카나리아’로 여겨진다. 서울경제신문은 문희상 국회의장,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 경제통인 최운열 민주당 의원, 민병두 정무위원장 등 여권 핵심인사들과 연쇄 인터뷰를 갖고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소득주도 성장, 경제 현실 반영해야”, 현실 무시한 소득주도 성장=문재인 정부의 트레이드마크인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서는 프레임이 잘못됐고 현실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쓴소리가 많았다. 추 전 대표는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 국민들에게 폭넓게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국민의 이해가) 전제될 때 비로소 국민들도 희망을 갖고 인내하면서 정부 정책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촌평했다. 정부가 단지 통계적 문제라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양극화 격차를 해소해가는 가운데 부작용을 느끼고 힘들어하는 업종은 선별해 완충시키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국회에서도 제도적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책 오류보다 오류를 진단하고 교정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여당 내 경제통으로 불리는 최 의원도 죽비를 들었다. 최 의원은 “정부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매몰돼 쓸데없는 논란만 키웠다”고 잘라 말했다.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무리한 공약이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진단이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의 경우 지급할 능력이 되지 않는 사람들에게 지급하라고 하면 결론은 뻔하지 않은가”라며 “우리나라는 실물경제와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상황의 격차가 현격히 크다”고 말했다. 서생의 문제의식은 있지만, 상인의 현실감각은 떨어진다는 뼈아픈 충고다. 최 의원은 “청와대 정책실장이 전면에 나서서 경제정책을 설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경제부총리가 컨트롤타워가 돼 설명하고 책임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장하성 정책실장보다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정관이 경제정책을 총괄해 정책 엇박자를 줄여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자영업자가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먼저 갖추게 하고 그다음에 인상을 추진하는 게 맞는 순서였다”며 “청와대는 소득주도 성장의 결과가 내년쯤이면 나올 것이라고 하는데 패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 무릅쓰고 규제개혁 나서야”=8월 국회 통과가 유력했던 문 대통령의 ‘규제혁신 1호’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제정조차 여당 내 이견으로 9월 통과마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병두 의원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인터넷은행의 긍정적인 효과는 살리되 리스크 수준에 맞는 합리적인 규제혁신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규제혁신이 돼야 혁신성장의 생태계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참모와 여당 지도부가 시민단체 등 일부 세력의 반대를 무릅쓰고 규제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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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기업투자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터넷은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의 정무위원장으로서 일부 강성 의원들의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소신을 굽히지 않는 발언이다. 최 의원도 같은 입장이다. 최 의원은 여당이 시민단체의 눈치를 보는 데만 급급하다는 지적에 “솔직히 그런 측면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단체는 여러 순기능이 있지만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경제 주체인 기업의 애로를 청취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정부의 규제완화 방침에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은 친재벌 정책이라며 반대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도 시민단체의 주장에 동조하는 의원들이 상당수 포진하고 있어 규제개혁은 발목이 잡혀 있는 상태다.

최 의원은 “인터넷은행 기술을 활용해 세계시장에 진출하고 성장 파이도 키워야 한다”며 “아마존 같은 경우 자산이 수백조원이 넘는데 만약 이들 기업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을 인수한다면 무슨 방도로 막을 것인가”라고 자문했다.

◇‘오만하면 안 돼, 협치하라’=꼬일 대로 꼬인 여야 대치 국면과 국정상황에 대해 문희상 국회의장은 “위기가 곧 기회”라며 “지금이야말로 협치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입법부 수장이자 대한민국 정계 원로로서 “문 대통령이 민생경제와 개혁입법 등 산적한 현안을 풀고자 한다면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기관인 국회를 존중하고 야당과도 수시로 만나 설득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러 개혁입법의 처리 성과가 전무하다”며 “결국 국회의 협조 없이는 국정개혁 과제들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자만하고 오만한 기세만 보이면 국민은 귀신처럼 안다”며 “자만 속에서 오만하고 독선하면 거침없이 날개도 없이 추락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 전 대표도 포용을 강조했다. 추 전 대표는 “포용 얘기를 하면 경쟁세력과 악수하고 이것을 포용이라고 하는데 좀 더 담대한 상상을 해야 한다”며 “민심의 동향을 면밀하게 받아들이면서 평가에 대해서는 겸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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