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무역 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미국 월가의 은행가들을 급하게 베이징으로 초청하는 등 대미 무역전쟁의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 보도했다.
FT는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공산당이 오는 16일 열리는 ‘중국-미국 금융 원탁회의’에 미국 주요 은행들의 최고경영자(CEO)를 베이징에 초청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들 CEO와 면담에 왕치산 중국 부수석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우샤오촨 전 인민은행장과 골드만삭스 임원 출신으로 현재 광산업체 배릭골드의 이사회 의장인 존 손튼이 함께 이끄는 이 새로운 그룹은 6개월마다 만나 미중 관계를 의논하고 중국 정부에 금융·경제 개혁에 대해 조언하기로 했다.
원탁회의의 한 관계자는 “양국의 금융업종에 있는 우리는 미중 관계 개선을 도울 의무가 있다고 여긴다”면서 “두 나라 관계는 몇 사람 때문에 망가지기에는 너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 초청받은 사람은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을 비롯해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의 수장과 행크 폴슨 전 미국 재무부 장관 등이다.
초대한 사람은 류허 부총리를 보좌했던 팡싱하이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부주석이다.
중국 측 대표는 저우샤오촨의 자리를 이어받은 이강 현 인민은행장과 궈슈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주석, 류 부총리의 또 다른 측근인 랴오민 중앙재경위원회 판공실 부주임 겸 재정부 부부장 등이 참석한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일정 통보가 다급히 이뤄지면서 초대받은 미국 은행 CEO들 가운데 상당수는 참석하지 못한다.
블랙스톤은 존 그레이 사장이 대신 참석하고 골드만삭스는 투자은행 부문 공동대표인 존 월드런이 참석한다. 폴슨 전 재무장관은 참석하지 않는다.
관계자들은 중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상대하면서 느끼는 불만이 이번 원탁회의 행사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점점 매파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중국은 폴슨 전 재무장관과 왕치산 부총리가 6년 전 세운 ‘미중 전략 경제 대화’를 계속하기를 희망했지만, 트럼프는 1년에 2차례 열리는 이 회의를 중단시켜버렸다.
한 소식통은 “중국은 (트럼프 정부에) 상대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면서 “무역협상을 타결하는 것은 물론 이를 위한 틀을 짜는 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