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단막극 시리즈 ‘KBS 드라마스페셜’이 올해도 어김없이 안방극장을 찾는다. 이전보다 다양한 장르와 풍성한 스토리, 개성 강한 배우들로 중무장한 이번 ‘KBS 드라마스페셜’은 바람대로 역대급 시즌이 될 수 있을까.
13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 KBS 신관에서 ‘KBS 드라마스페셜 2018’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황승기 PD, 김민태 PD, 송민엽 PD, 유영은 PD와 배우 박성훈, 오동민, 고보결, 윤박, 정건주, 고준, 박세완 등 네 작품의 제작진과 배우들이 참석해 각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데뷔를 앞둔 신인 연출자부터 시니어 연출자까지 신구의 조화를 이룬 다양한 작품들이 돋보이는 ‘KBS 드라마스페셜’이 오는 14일부터 10주간 방송된다. 공영성, 다양성, 대중성, 실험정신, 그리고 젊은 패기로 무장한 이번 ‘KBS 드라마스페셜’은 로맨틱 코미디부터 수사물, 스포츠 드라마까지 다양한 장르로 풍성함을 더해 돌아왔다.
‘KBS 드라마스페셜 2018’의 포문을 여는 작품은 2017년 KBS 단막극 극본공모 최우수상 수상작 ‘나의 흑역사 오답노트’다. 수능출제위원에 뽑힌 교사 도도혜(전소민)가 인생의 흑역사인 전남편 최진상(오동민)과 첫사랑 나필승(박성훈)을 동시에 만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발랄하게 그렸다.
황승기 PD는 “오랜만에 KBS에서 최우수 당선작이 나와 기대를 가지고 대본을 읽었다”며 “그동안 로코를 연출해본 적이 없어서 이번 기회에 시도했다. 특별한 그림을 만들기보다는 연기자들에게 집중하려 했다. 연기를 보는 맛이 있는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또 한 번 KBS 드라마스페셜에 합류한 박성훈은 수능 출제 합숙에 파견된 경찰이나필승 역을 맡았다.
박성훈은 단막극에 연속으로 출연한 소감에 대해 “매년 참여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 정도로 드라마스페셜에 대한 애정이 생겼다”며 “재기발랄한 대본과 젊은 연출가들의 과감한 시도, 새로운 등용문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단막극의 매력인 것 같다. 서로 작품에 대한 고민을 많이 주고받기 때문에 완성도 높은 작품들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필승이가 경찰이다보니 각이 잡힌 모습이 필요했다. 내가 평소에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 감독님과 상의를 하며 캐릭터를 구축했다”며 “첫사랑남의 면모는 최대한 감정에 집중하려 했다. 우리 작품이 공모전 최우수작인 만큼 워낙 대본이 탄탄해서 대본에 충실하게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도도혜의 전남편 최진상 역의 오동민은 “연기적으로 뛰어난 선배님들과 함께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진상 캐릭터이다 보니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민했는데 대본에 너무 잘 쓰여져 있어서 그 방향대로 편안하게 연기했다”고 밝혔다.
두 번째 작품은 김민태 PD의 입봉작 ‘잊혀진 계절’이다. 2030세대에게 익숙한 고시원을 배경으로 한 차가운 분위기의 생활밀착형 심리스릴러로, ‘나의 흑역사 오답노트’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5년차 경찰공무원 시험 준비생 이은재 역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고보결은 “캐릭터에 공감하기 위해 실제 노량진 학원을 찾아가 자습실에서 공부도 해보고 학생들의 생활 습관, 소품 하나하나를 관찰했다”며 “그분들의 절실한 마음에 공감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고 캐릭터 준비 과정을 설명했다.
김민태 PD는 “입봉작이다보니 어려운 점도 많고 현실적인 문제도 많았다”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단순히 무서운 느낌보다는 서늘한 느낌에 가까운 심리 스릴러 드라마다. 진하고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박과 정건주는 청춘 힐링 드라마 ‘참치와 돌고래’에서 츤데레 수영강사 한유라, 미스터리한 회사원 조우진으로 분했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참치와 돌고래’는 개성 있는 캐릭터들의 삼각관계를 통해 귀엽고 상큼한 로맨스를 선보인다.
윤박은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건 대중성”이라며 “우리 드라마는 쉽다. 방에서 술 한 잔 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편안하게 보실 수 있는 가볍고 재밌는 드라마다. 원작의 소재를 따르긴 했지만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색다른 매력이 있을 것”이라고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송민엽 PD는 ‘참치와 돌고래’를 “동네 수영장에서 벌어지는 발랄한 청춘메롤 드라마”라고 표현하며 “사랑이 뭔지 모르는 젊은 청춘들이 사랑을 깨닫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을 느끼는, 그런 사랑의 시작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강희와 고준의 로맨스 호흡으로 기대를 모으는 ‘너무 한 낮의 연애’는 ‘젊은 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김금희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19년 전, 연애인 듯 아닌 듯 애매한 관계를 유지했던 남녀가 우연히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너무 한 낮의 연애’는 디테일한 영상, 음악과 탄탄한 스토리로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고준은 잘 나가는 영업 팀장이었다가 하루아침에 시설관리부 직원으로 강등된 회사원 필용 역을 맡았다. 그는 “최근 상업영화를 통해 악역을 많이 했었지만 사실 내가 원래 자주 하던 연기는 필용같이 서민적이고 약자를 대변할 수 있는 역할이다”라며 “필용을 연기하면서 고향에 온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강희와의 연기 호흡에 대해서는 “우리 드라마의 중심을 가장 크게 잡아주신 분이 최강희 씨”라며 “다른 배우들이 최강희 씨에게 업혀간 느낌이 있다. 우리에게 굉장히 든든한 존재였다. 호흡도 너무 좋았다”고 전했다.
어린 양희 캐릭터로 최강희의 아역을 연기한 박세완은 “‘같이 살래요’ 촬영 중 대본이 들어왔다”며 “‘같이 살래요’의 다연은 화려하고 할 말을 다 하는 캐릭터지만 양희는 정 반대였다. 너무 다른 캐릭터라 할 수 있을까 고민도 됐지만 대본도 너무 좋고 하고 싶었던 장르여서 욕심을 냈다”고 밝혔다.
끝으로 정성효 드라마센터장은 “금요일 밤 10시라는 핫한 시간에 찾아뵙게 됐다.제작진 입장에서는 부담도 있지만 좋은 시간대에 시청자들과 호흡할 수 있어 뜻깊다. 어떤 때의 드라마스페셜보다도 장르, 주제 면에서 다양한 시도를 했다”며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한편 ‘KBS 드라마스페셜 2018’은 오는 14일 오후 10시부터 첫 방송 이후 10주간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