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3년차 이소영(21·롯데)의 샷을 보면 보는 사람도 괜스레 몸에 힘이 들어간다. 대회에 나서는 프로 선수들은 70~80%의 힘으로 치게 마련인데 이소영은 매 샷을 100%의 힘으로 치는 것처럼 보인다. 너무 많이 힘이 실린 나머지 즉흥적인 거리 조절을 위해 오른손을 놓아버리는 장면도 자주 나온다. 이소영은 “시즌 초반만 해도 100%로밖에 못 치는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컨트롤 하는 법을 제법 익혔다. 100%로 치는 것처럼 보여도 80%의 컨트롤 샷을 쏠쏠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컨트롤 능력’을 장착한 이소영은 ‘아이언 퀸’으로 거듭났다. 올 시즌 그린 적중률이 무려 81%에 이른다. 파4홀에서 티샷이 페어웨이에 안착했을 때의 그린 적중률인 아이언 샷 지수도 이소영이 1위다.
16일 경기 이천의 사우스스프링스CC(파72)에서 끝난 KLPGA 투어 올포유 챔피언십(총상금 8억원). 아이언 퀸 이소영이 ‘투톱’ 오지현과 최혜진을 제치고 올 시즌 가장 먼저 3승 고지를 밟았다. 데뷔 첫 타이틀 획득 전망을 환하게 밝힌 것이다. 1타 차 단독 선두로 4라운드에 나선 이소영은 전반에 버디만 3개를 잡아 2위와 격차를 3타로 늘리더니 결국 4타 차로 우승했다. 가장 어렵다는 6~9번 4개 홀에서 탭인 버디 2개로 2타를 줄인 그는 후반에 버디 2개로 2타를 더 줄였다. 최종합계 19언더파. 72홀 동안 보기는 단 2개였다. 우승상금 1억6,000만원을 보탠 이소영은 다승 단독 선두로 올라서는 동시에 상금 6위에서 4위(약 6억4,000만원)로 점프했다. 5위였던 대상(MVP) 포인트 순위도 3위로 끌어올렸다.
통산 4승째를 올린 이소영은 상복 없는 선수 중 한 명이다. 데뷔 해에 14번째 출전 대회에서 우승을 터뜨리고도 우승 없이 꾸준한 성적을 낸 이정은에게 신인왕을 내줬다. 올 시즌은 데뷔 첫 타이틀을 기대해도 좋을 만큼 아이언 샷 감각이 날카롭다. 송곳처럼 그린에 꽂혀 계획했던 지점에서 편안하게 퍼트한다. 이소영은 “솔직히 무슨 왕이든 한번 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소영은 후반 한때 앞 조의 박주영에게 1타 차로 추격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15번홀(파4)에서 박주영이 먼 거리 버디 퍼트를 실수로 짧게 친 뒤 까다로운 거리의 파 퍼트를 놓치면서 이소영은 2타 차로 달아났다. 2타 차로 추격하던 최혜진도 이 홀에서 짧은 파 퍼트를 놓쳐 역전 우승이 어려워졌다. 후반 들어 6홀 연속 파만 지키던 이소영은 16번홀(파5) 1m 버디로 우승을 예약했다.
데뷔 첫 우승을 노렸던 박주영은 3타를 줄이며 분전했지만 15언더파 단독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상금 2위 최혜진은 14언더파 공동 3위에 올라 상금 선두 오지현과의 격차를 약 3,000만원으로 바짝 좁혔다. 오지현은 9언더파 11위로 마쳤다. 장타 1위 김아림은 선두에 1타 뒤진 2위로 출발해 첫 우승을 노렸으나 3타를 잃고 10언더파 공동 7위로 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