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정치권 늑장 인선에…사상 초유 '4인 헌법재판관 체제' 불가피

9명 재판관 중 5명 19일 퇴임, 후임 임명 불투명…과반 공백에 ‘기능마비’

정치적 문제로 인선절차 늦춰져…헌재 “비애감 느낀다”

헌법재판소 전경. /연합뉴스헌법재판소 전경.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사상 초유의 4인 재판관 체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19일 이진성 헌재소장 등 5명의 헌법재판관 임기가 끝나지만 신임 재판관 인선절차가 제때 마무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헌법재판관 9명 중 5명의 공백 사태가 발생하는 것으로, 일시적일지라도 사실상 헌재 기능이 마비되는 상황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국회와 헌재에 따르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마친 유남석 헌재소장 후보자와 김기영·이영진·이종석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본회의 표결이 20일 오후 2시 이뤄진다. 이진성 헌재소장 등 5명의 재판관은 19일 임기를 마치지만 신임 헌재소장과 재판관의 임명은 20일 이후에나 가능하게 됐다. 따라서 헌재 4인 재판관 체제는 20일부터 시작된다.


더구나 국회 표결이 의원 불참으로 이뤄지지 못하거나 부결되면 재판관 공백은 더욱 길어진다. 대법원장이 지명해 국회 표결 절차가 필요 없는 이석태·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도 미뤄지고 있는 상태다.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을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서다.

대통령이 보고서 채택절차 없이 곧바로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할 수 있지만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가능성은 매우 낮다. 대신 대통령이 국회에 재차 청문회 보고서 채택을 요청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에도 남북정상회담 일정 등을 고려했을 때 두 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은 추석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 /연합뉴스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 /연합뉴스


헌법재판관 9명 중 5명의 공백 사태가 닥치자 헌재 내부에서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재판관 인선에 충분한 시간이 있었는데도 정치권이 제때 인선 업무를 처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헌법재판관 5명이 교체되는 중요한 시기인데도 정치적 이해관계 등을 따지느라 후보자 추천부터 늦어졌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헌재소장 공백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난 뒤인 지난달 29일에야 유남석 헌재소장 후보자를 지명했다. 국회도 헌법재판관 후보자 추천 몫을 두고 여야 간 이해관계가 충돌했다. 이달 3일에서야 바른미래당이 이영진 후보자를 뒤늦게 추천한 이유다. 심지어 자유한국당은 당내 의견조차 제대로 모이지 않아 다른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린 10일에야 이종석 후보자를 추천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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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한 관계자는 “지난해 박한철 헌재소장과 이정미 헌법재판관 퇴임 후 발생한 공백 사태는 탄핵정국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기인해 이해되는 측면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정부와 국회의 늑장인선으로 5명의 헌법재판관 공백 사태가 불가피하게 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로 비애감마저 느낀다”고 말했다.

이처럼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선절차가 미뤄지면서 당초 20일로 예상했던 신임 헌재소장 및 헌법재판관 임명식도 무기한 연기됐다. 전날인 19일에는 이진성 헌재소장 등 5명의 재판관이 퇴임식을 가질 예정이다.

헌법재판관 9명 중 과반이 넘는 5명의 공백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뒤늦게라도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이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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