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평양 남북정상회담]JY "北과 신뢰 쌓는 기회로"...최태원 "11년 만에 많이 발전"

■기업인, 北경제통 리용남과 면담

이재용 "평양 건물에 쓰인 한글 인상적...한민족이라고 느껴"

오영식 "철도공사 사장이 철도 아닌 비행기 타고 평양 와"

北 "철도 협력이 제일 중요...1년에 최소 몇번씩 와야 할 것"

문재인 대통령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북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8일 오후 평양에서 북한 리용남 내각 부총리와 만나 인사를 하고 있다./평양사진공동취재단문재인 대통령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북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8일 오후 평양에서 북한 리용남 내각 부총리와 만나 인사를 하고 있다./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리용남 북한 경제담당 내각 부총리와의 면담에서 “평양역 건너편에 새로 지은 건물에 ‘과학 중심, 인재 중심’이라고 쓰여 있었다”며 생애 첫 평양 방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을 소개했다. 이어 이 부회장은 “삼성의 기본 경영철학이 ‘기술중심, 인재중심’”이라며 “세계 어디를 다녀봐도 한글로 그렇게 쓰여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한글로 된 것을 (여기서) 처음 경험했고 ‘이게 한민족이구나’라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에 리 부총리는 “우리 이재용 선생은 보니까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주 유명한 인물”이라는 말로 좌중의 웃음을 이끌어낸 후 곧바로 “평화와 번영·통일을 위해서도 유명한 인물이 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한 우리 경제인 17명은 이날 오후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과 함께 인민문화궁전을 방문해 북측 경제인과 면담했다. 이 부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이재웅 쏘카 대표, 오영식 한국철도공사 사장,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 안영배 한국관광공사 사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 한무경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등이 동행했다. 북측에서는 리 부총리를 비롯해 방강수 민족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김윤혁 철도성 부상, 박호용 국토환경보호성 부상, 황호영 금강산국제관광특구지도국장 등이 배석했다.

이 부회장은 “마음에 벽이 있었는데 이렇게 와서 직접 보고 경험하고 여러분을 뵙고 하니까, 또 호텔 건너편에 한글로 쓰여 있었다”면서 “이번 기회에 더 많이 알고, 신뢰관계를 쌓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카메라를 손에 들고 면담장을 방문했다. 최 회장은 “2007년에 왔는데 11년 만에 오니까 많은 발전이 있는 것 같다”며 “건물도 많이 높아졌지만 나무들도 많이 자라난 것 같고 상당히 보기 좋다”고 재방북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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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들은 북측 인사들의 환대에 웃음으로 화답하면서도 다소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아직 비핵화 협상이 미완성 단계인데다 미국이 대북 제재를 주도하는 상황에서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논하는 것이 시기상조라고 판단해 대북 관련 사업이나 관심사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했다. 구 회장은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는 짧은 말만 남겼다. 대신 면담 내내 수첩을 손에 쥔 채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도 “남북관계가 발전하고 있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돼 남북관계가 더 빨리 발전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민간기업인에 비해 공기업 사장들은 적극적으로 자기소개를 해 눈길을 끌었다. 비핵화 협상이 잘 풀리고 남북관계가 개선될 경우 민간기업 투자에 앞서 철도·도로 연결 등 사회간접자본(SOC) 경협에 먼저 드라이브가 걸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4·27 판문점선언에 경의선과 동해선 등 철도, 개성∼평양 고속도로 등 도로 연결 및 현대화에 대한 합의가 담겼고 관련 실무 협상도 남북 간에 진행되는 상황이다. 또 문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남북한과 일본·중국·러시아·몽골 등 동북아시아 6개국, 미국이 참여하는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비전을 제시했고 최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는 남북러 철도 연결 가능성을 논하는 자리가 마련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오 사장은 “철도공사 사장이 기차를 타고 와야 하는데 비행기를 타고 왔다”며 “앞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한반도 평화가 정착돼 철도도 연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리 부총리는 “현재 우리 북남관계 중에서 철도협력이 제일 중요하고 제일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며 “앞으로 1년에 몇 번씩 와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경제인들이 방북 첫날 리 부총리를 면담한 데 이어 방북 이틀 차에 문 대통령과 함께 북한 개발의 상징인 평양 여명거리나 미래과학자거리 등을 방문하거나 관광특구·산업시설 시찰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핵·경제 병진에서 경제 ‘올인’으로 정책노선을 변경한 후 수시로 경제특구를 직접 방문해 생산력 증대를 독려하는 한편 과학기술의 중요성도 계속 강조하고 있다.
/평양공동취재단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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