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평양 남북정상회담]"마음은 가볍게 다녀야 하는데...北 기대심리만 높아질까 걱정"

재계 '총수 방북' 반응

국제사회 대북 경제제재 의식

"오해 살라" 공식 논평도 안내

18일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하기 위해 공군 1호기에 탑승한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김현철 대통령 경제보좌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18일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하기 위해 공군 1호기에 탑승한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김현철 대통령 경제보좌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손은 무겁게, 마음은 가볍게’ 다녀야 하는 데 현실은 반대가 돼버렸어요. 마음만 무겁고 북한에 줄 것은 없습니다. 혹여 총수 방북으로 북한의 기대심리만 높아질까 걱정이 됩니다.”(4대 그룹 임원)

“특정 사업을 염두에 두는 자리가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가 청사진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북쪽 현황을 듣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봅니다.”(경제단체 고위 관계자)

제3차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진 18일 재계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남북 경협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가 여전한 만큼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 등 주요 경제단체, 총수가 방북한 대기업 등은 이날 모두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정부 요청으로 방북은 했지만 미국의 대북제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총수들이 북한에서 말 한마디도 허투루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재계는 다만 이번 방북이 북한의 실상을 눈으로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봤다. 대북제재라는 제약조건으로 비즈니스와 관련한 구체적인 협의가 불가능한 탓이다. 그런 만큼 그간 보도로만 접했던 북한과 실제 모습을 비교·검증하는 기회를 잡은 게 성과라면 성과라는 것이다. 한 경제단체 고위 임원은 “이번 방북에서 보고 들은 것들이 미래의 대북사업 구상을 가다듬을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재계 수행단 중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주목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첫 방북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과 달리 지난 2007년에 이어 두 번째 방북인데다 최 회장이 현 정부 출범 이후 활발한 대외 활동을 이어왔다는 점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총수들의 연령대가 낮아 이전 세대보다 더 구체적으로 남북 경협의 밑그림을 그릴 여지도 있지 않겠느냐”며 “아직 먼 얘기지만 SK의 경우 북한이 원하는 인프라 사업에서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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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방북 이후 정부가 경협 성과물을 독촉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기업 경영에 전권을 거머쥔 총수들이 대거 방북한 게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북한의 비핵화에 별다른 진척이 없는 마당에 ‘경협 애드벌룬’만 미리 띄운 셈”이라며 “북한 입장에서는 우리 기업에 바라는 것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바람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어찌 메울지 고민스럽다”고 지적했다. 다른 임원도 “총수들이 북한의 경협 제안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답하는 것도 삼가도록 교육받은 것으로 들었다”며 “북에 기대감을 줄 여지가 있는 말과 행동을 자제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경직된 분위기는 설사 대북제재가 풀려도 남북 경협 아이템이 마땅치 않다는 현실론이 자리한다. 삼성·LG전자의 경우 과거 1990년대 후반부터 2009년 무렵까지 평양 인근에서 브라운관 TV를 연 2만대가량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브라운관 TV 자체를 생산하지도 않아 기껏해야 다른 전자기기의 조립 생산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건설·상사·바이오 쪽도 검토해볼 만하다는 분석을 내놓지만 전력·용수·물류 등 인프라 투자가 병행돼야 된다. 부침을 거듭했던 그간 남북관계를 떠올리면 투자 안전성을 담보하기도 어렵다. 재계의 한 임원은 “문재인 정부가 비핵화와 남북관계 회복 등을 최우선 어젠다로 상정한 시점이라 총수들이 방북에 응한 것”이라며 “사회적 책임에 따른 행보라 투자에 대해 말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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