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비핵화와 종전선언 등 다소 무거운 의제를 논의하는 동안 김정숙 여사는 북한의 아동병원과 음악종합대학 등을 방문하며 부드러운 퍼스트레이디 외교를 보여줬다. 특히 같은 성악 전공자로서 김 여사와 리설주 여사는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한 ‘케미(궁합)’를 선보였다.
김 여사는 18일 평양시내에 위치한 옥류아동병원과 김원균명칭 음악종합대학을 참관하면서 방북 첫날 일정을 시작했다. 김 여사의 참관 일정에는 리 여사를 비롯해 가수 알리와 지코·에일리, 마술사 최현우씨,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때 남북 단일팀으로 우승을 했던 현정화 한국마사회 탁구팀 감독 등 남북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특별수행원으로 동행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김 여사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최고급 종합의료봉사시설인 옥류아동병원을 찾아 회복치료실, 소학교 학습실 등을 둘러보고 병원을 찾은 어린이들과 대화를 나눴다. 특별수행단과도 친근하게 인사를 나눴다. 최 마술사가 자신을 ‘요술사’라고 소개하자 리 여사는 “제가 없어지냐”는 농담으로 응수했고 현 감독에게도 “손 좀 한 번 잡아봅시다. 여성들이 남북관계에 앞장서고 있습니다”고 말을 건넸다. 김 여사는 리 여사에게 가수 지코를 “이번 방북단에서 가장 핫(hot)한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친밀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김원균명칭 음악종합대학 방문 일정은 두 퍼스트레이디가 모두 성악을 전공했다는 점을 감안해 마련됐다. 김원균명칭 음악종합대학은 북한 최고의 전문음악인 양성 대학으로 북한에서 내로라하는 음악가 대부분이 이곳 출신이다. 함께 대학을 둘러보던 김 여사와 리 여사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공유하기도 했다. 김 여사가 대학을 둘러보다 ‘왕다리 열매’를 보고 “이렇게 풍성하게 열린 가을 과일처럼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좋은 결실이 맺혀지면 좋겠다”고 말하자 리 여사도 “저도 지금 하고 있는 회담이 정말 잘됐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음악당으로 이동해 합창단과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관람한 두 영부인은 공연 중간중간 음악을 따라 부르고 서로 귓속말을 하는 등 공통 관심사인 ‘음악’을 통해 교감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김 여사와 리 여사는 모두 성악과 출신이다. 김 여사는 경희대 성악과를 졸업해 서울시립합창단원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리 여사도 모란봉악단 결성을 주도하고 삼지연관현악단을 만드는 데 힘썼다. 4·27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리 여사는 김 여사를 만나 “김 여사와 내가 모두 성악을 전공해 더 가깝게 느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튿날인 19일에는 음악 등 예체능 분야 영재교육기관인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을 참관할 예정이다.
/평양공동취재단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