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한 9월 평양공동선언 및 기자회견에서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나가기로 확약했다”고 말했다. 이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김 위원장의 첫 육성 메시지로 국제사회를 향해 김 위원장이 직접 비핵화 약속을 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비핵화 쪽으로 한 걸음 더 움직인 것으로 평가된다. 또 이날 공동선언에서는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발사대를 관련국 전문가의 참관하에 우선 영구 폐기한다는 내용과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에 대한 의지도 표명됐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간 미국이 비핵화 협상의 핵심 요소로 강조해온 현재 보유 핵 폐기에 대한 언급이 빠졌고 북한은 미국을 향해 재차 ‘상응 조치’를 요구했다. 이 때문에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도출된 비핵화 합의가 북미협상을 재개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공동선언 내용 외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고 말한 점을 미뤄볼 때 양 정상의 단독회담 과정에서 미국을 설득할 만한 별도의 비핵화 관련 메시지가 마련됐을 가능성이 있다. 미공개 메시지의 존재 여부와 내용에 따라 북미 간 교착이 풀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오는 24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이 자리에서 평양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구체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남북 두 정상은 이 자리에서 연내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 착공식을 열기로 하는 등 경제협력 분야에서도 합의를 이뤘다. 하지만 경협을 중심으로 한 남북관계는 비핵화와 연동되는 미국 및 유엔 대북제재 완화가 전제되지 않는 한 현실적 한계가 커 결국 향후 북미대화의 흐름에 따라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남북 정상은 이산가족의 숙원인 금강산 상설면회소 조기 개소에 합의했고 육상·해상·공중을 포함한 모든 공간에서 적대행위를 금지하는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를 채택했다.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 시범철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등에도 뜻을 모았다. 다만 핵심인 서해평화수역 설정은 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해 논의하기로 했다. 북방한계선(NLL)을 두고는 이견이 계속된 것으로 보인다. 또 공동선언문에는 김 위원장이 가까운 시일 내에 서울을 방문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문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안에’라는 말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최초의 북측 최고지도자의 방문이 될 것이며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평양공동취재단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