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15%를 넘나드는 tvN 인기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여주인공 애신(김태리 역)은 ‘불란셔제빵소’에서 ‘무지개 카스테라’를 썰며 이렇게 말한다. 눈썰미 좋은 시청자라면 푸른 휘장으로 치장된 이 빵집이 파리바게뜨를 상징한다는 것을 단박에 눈치챌 것이다. 실제 매장을 방문하면 드라마에 등장했던 ‘무지개 카스테라’ ‘꽃 빙수’ ‘왕사탕’ 등을 모두 구매할 수 있다. 즉 파리바게뜨의 PPL(간접광고)인 셈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 PPL은 성공적이었을까.
단도직입적으로 이번 광고가 파리바게뜨 매출에 큰 도움을 줬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요’에 가깝다. 파리바게뜨 본사인 SPC그룹에 따르면 드라마 속 PPL이 노출된 후 무지개 카스테라와 벌꿀 카스테라는 판매량이 기존 대비 약 2배 상승했다. 하지만 다른 제품의 판매량은 이보다도 낮아 예컨대 꽃 빙수는 PPL 노출 후 약 40% 매출이 늘었다고 한다. 투입된 광고비에 비해서는 아쉬운 수준이다. 업계는 ‘시청률 보증수표’로 손꼽히는 김은숙 작가의 신작 드라마에 메인 PPL 브랜드로 활용되려면 최소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이르는 광고비가 들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패션·뷰티 업계가 PPL 이후 드라마틱한 매출 상승효과를 내고 있는 점과 비교하면 더욱 아쉬워진다. 앞서 김은숙 작가의 전작 ‘태양의 후예’에서 여주인공(송혜교)이 바른 립스틱 ‘라네즈 투톤 립바’는 방송세서 PPL 노출 후 사흘 만에 품절 사태까지 겪고, 이후 한 달 동안에만 16만 개가 팔렸다. TV 광고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PPL은 이처럼 ‘완판’이 한번 터지면 비용의 몇 배가 넘는 매출을 올리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무지개 카스테라와 왕사탕이 기대보다 덜 팔렸다고 해서 PPL 효과가 없었다고 잘라 말할 순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국 가맹사업을 하는 프랜차이즈 본사 입장에서는 가맹점주들이 만족할 만한 홍보 활동을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며 “호기심을 자극하는 드라마 PPL로 매장에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고객을 이끌었다면 그걸로 충분한 성공”이라고 말했다.
실제 SPC그룹은 미스터 선샤인의 방영에 맞춰 불란셔제빵소라는 이름의 ‘빵집 속 빵집’을 운영하는 등 후속 마케팅으로 고객들의 매장 방문율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총 매출의 변화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시즌 제품을 홍보하고 이슈화하는 데는 매우 성공적이었다”는게 회사 측 설명이기도 하다. 귀갓길 집 근처 파리바게뜨에서 즐겨보던 드라마 속 여주인공의 얼굴을 보고 홀린 듯 들어가 본 적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번 PPL이 꽤 성공적이다고밖에 말할 수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