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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양·한방·치과 협진' 암병원 뜬다

'경희 후마니타스암병원' 내달 개원

효과 검증된 통합치료 한 건물서 OK

암치료 문제 없게 사전에 구강진료

이비인후과·치과 구강암 동시수술도

항암·방사선·수술치료 따른 합병증은

침·뜸·한약으로 완화하고 면역력 높여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의료진(오른쪽)이 턱뼈를 침범한 구강암 환자의 종양을 떼어내는 수술을 하는 동안 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의료진(왼쪽)이 턱뼈 절제 후 이식할 뼈를 얻기 위해 다리 수술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희대병원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의료진(오른쪽)이 턱뼈를 침범한 구강암 환자의 종양을 떼어내는 수술을 하는 동안 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의료진(왼쪽)이 턱뼈 절제 후 이식할 뼈를 얻기 위해 다리 수술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희대병원



경희대병원에서 항암·방사선·수술치료를 받는 암환자들은 그 전에 구강 검진·치료를 받는다. 입안에 염증이 있으면 항암치료를 견디기 힘들어서다. 10명 중 4명꼴로 암 치료 중 구강 점막이 헐고 궤양이 생기거나 침이 나오지 않는 등 다양한 합병증이 생기기도 한다. 한방병원 의료진으로부터 다양한 합병증·통증을 완화하고 기능·면역력 회복을 돕는 침·뜸·약침 치료도 받을 수 있다.

경희대병원·치과병원·한방병원 의료진이 함께 암환자를 돌보는 ‘의·치·한(醫齒韓) 통합치료’다. 경희의료원이 새 건물을 지어 다음달 5일 개원식을 갖는 후마니타스암병원에서는 이런 통합치료가 한 건물에서 보다 체계적이고 긴밀하게 이뤄진다. 라틴어로 인간성·인간다움을 뜻하는 후마니타스(Humanitas)를 암병원의 이름으로 채택한 것도 의·치·한을 아우르는 전인적 협력진료인 ‘후마니타스 협진’에 대한 의지가 담겨 있다. 3년 넘게 운영하며 정착시켜온 뷰티클래스, 인생·직업상담, 쿠킹클래스, 영화·미술·음악치료 등 15개 치유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한의면역암센터에서는 한방병원 교수진 10명이 위암·대장암·폐암·유방암·부인암·두경부암·뇌종양 등 암종과 통증·스트레스 등 증상에 따라 협진치료를 한다. 구강악안면외과 중심의 치과진료센터는 구강암 환자를 협진할 기회가 많은 이비인후과 옆에 배치된다.

다음달 5일 개원식을 갖는 경희 후마니타스암병원 조감도. 지하2층, 지상7층 규모다. 오른쪽은 경희대병원 본관. /사진제공=경희대병원다음달 5일 개원식을 갖는 경희 후마니타스암병원 조감도. 지하2층, 지상7층 규모다. 오른쪽은 경희대병원 본관. /사진제공=경희대병원


구강암 환자에 대한 통합치료는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와 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한방병원이 지난 2013년부터 시작해 시스템 완성 단계에 진입했다. 이정우 구강악안면외과 교수는 “암 치료 전 구강 검진·치료를 함으로써 구강 내 점막염 같은 합병증을 줄여줘 환자가 암 치료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고 사망률도 낮춰준다”며 “잇몸 출혈로 고통받는 백혈병 환자나 유방암 치료 후 골다공증·턱뼈 괴사 등 우려가 있는 여성도 항암 치료 전에 치과 치료를 먼저 받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구강암 환자 중에는 입안의 점막, 잇몸·근육·인대 등에 생긴 종양이 턱뼈·치조골(이가 박혀 있는 뼈) 등을 침범하거나 처음부터 뼈에 종양이 생겨 연(軟)조직과 주변 림프절, 뼈를 제거하고 재건수술까지 함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환자를 수술할 때 이비인후과팀이 연조직 등을 떼어내는 동안 구강악안면외과팀은 재건수술에 쓸 뼈를 종아리뼈 등에서 잘라낸 뒤 암이 침투한 부위의 뼈 제거와 재건을 한다. 동시다발적인 ‘협업수술’은 전신마취·수술 시간을 줄여 빠른 회복과 일상생활 복귀를 돕고 삶의 질을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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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경희대한방병원 교수가 한 암 환자의 통증과 위장관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침치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희대병원이준희 경희대한방병원 교수가 한 암 환자의 통증과 위장관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침치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희대병원


하지만 암 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음식을 못 먹거나 오심·구토·설사·변비·피부염·구내염·통증·식욕부진 등 다양한 부작용·합병증으로 힘들어하기 마련이다. 이는 암 치료 효과와 체력·면역력(정기)을 크게 떨어뜨려 심하면 암 치료를 중단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한방병원 협진팀으로부터 합병증·통증을 완화하고 신체기능, 암을 이기고 재발을 막을 수 있는 면역력 회복을 돕는 침·뜸·약침·한약·기공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한의면역암치료’라고 하는데 환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항암·방사선치료 효과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

대장암으로 수술·항암·방사선치료를 받은 50대 남성 환자 A씨. 수술부위가 아물었는데도 통증이 여전하고 배가 당기면서 차갑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복부·등·팔다리 등에서 대장과 연계된 경혈·경락, 몸의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혈자리에 하루 한 번 침을 맞고 두 차례씩 뜸을 뜨는 치료를 받고 한결 나아졌다. 뜸은 항암 치료로 떨어진 암 환자의 식욕을 증진하고 숙면·쾌변을 돕는다. 암 환자가 아니더라도 빈혈 개선, 백혈구 수 증가, 혈청 내 지질감소, 콩팥 기능향상에도 효과가 있다.

이준희 한방병원 사상체질과 교수는 “침·뜸과 약침 시술은 통증을 완화하고 암을 앓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약화한 장기의 기능회복을 촉진하며 면역력을 높여줘 암을 이겨낼 수 있게 도와준다”며 “경우에 따라서 한약이 더 효과적일 때도 있다”고 말했다. 대장암 환자의 경우 한약은 암 치료 중 발생하는 배변습관의 교란과 배변 시 불편감, 복부통증, 변비·설사 등 위장관 증상과 식욕저하·체중감소 등을 관리·치료하고 면역력을 끌어올릴 목적으로 쓴다.

이재동 침구과 교수는 “봉독, 옻독을 제거한 옻나무 추출물(건칠단)도 피를 맑게 해 면역력을 높여주며 암이 전이되거나 암 치료가 원활하지 못해 순환장애로 통증이 심한 환자 등의 통증 완화에도 효과가 좋다”고 했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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